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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ara]헤럴드경제:: 정열ㆍ질박함… `쿠바의 디바`에 매혹되다

2007-03-24

정열ㆍ질박함… `쿠바의 디바`에 매혹되다 [헤럴드경제 2007-03-20 14:17]

부에나비스타 오마라 5월 내한공연으로 본 쿠바음악

멤버들중 유일하게 생존

77세불구 열정적인 활동

토속+서구음악=퓨전화

전자음 아닌 자연음 매력

쿠바음악의 `영원한 전설`

`내 뜰에는 꽃들이 잠들어 있네. 글라디올러스와 장미, 백합/그리고 깊은 슬픔에 잠긴 내 영혼/내 슬픔을 알게 되면 꽃들도 울 테니까 깨우지 마라.` (이브라힘 페레르의 `실렌시오(Silencio)` 中) 영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에는 이런 장면이 있다. 주름이 깊게 팬 연로한 남녀 가수가 애잔한 곡조를 듀엣으로 부르고 카메라는 느린 속도로 그들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세월의 무게를 잡아낸다. 이 장면에서 흐르는 노래가 바로 `실렌시오`. 마이크 앞에 선 두 노가수는 이브라힘 페레르와 오마라 포르투온도다. 영화가 촬영된 지 10년이 되어가는 동안 `쿠바 음악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그룹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Buena Vista Social Club)의 핵심 멤버 중 세 명이 가고 한 명만이 남았다.

이브라임 페레르(보컬), 콤파이 세군도(기타), 루벤 곤잘레스(피아노) 등이 차례로 세상을 떠난 뒤 오리지널 보컬리스트로서는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이가 홍일점 오마라 포르투온도. 그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연주자 13인과 함께 지난 2005년 11월 이미 한 차례 내한공연을 펼친 바 있다. 올해로 77세가 되는 오마라 포르투온도가 오는 5월 1일 오후 7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다.

`쿠바의 에디트 피아프`로 불리는 오마라 포르투온도는 다른 쿠바의 노장 뮤지션들과 함께 영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누리며 그래미상마저 거머쥐었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은 원래 `환영받는 사교클럽`이란 뜻으로 쿠바의 아바나에 위치한 사교클럽의 이름. 59년 카스트로에 의한 쿠바혁명 이전에 쿠바 음악의 최전성기를 함께한 곳이다. 쿠바 음악의 정점을 상징하는 대명사다. 영화 `대부2`나 `하바나`를 보면 자본주의와 재즈, 환락이 한데 뒤섞이던, 혁명 전야의 아바나를 메우던 정열적인 음악들을 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쿠바 음악만이 가진 특질과 매력은 무엇일까. 열정과 질박함으로 요약된다.

월드뮤직 평론가 황우창 씨는 "쿠바 음악의 매력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바로 `리듬`"이라며 "쿠바는 지정학적 요건상 흑인 노예를 사고팔던 창구 역할을 했었고 이때 토착화된 흑인들의 강렬한 리듬이 미국과 유럽의 다양한 음악과 `퓨전`을 거치면서 독특한 색채를 갖게 됐다"고 설명한다. 또한 90년대 말 당시 세기말의 복잡한 전자음향에 지쳐 있던 전 세계 대중들에게 실제 악기로 연주되는 고즈넉하고 순수한 음악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게 해줬던 점 역시 쿠바 음악의 인기 요인. 월드뮤직 전문가 송기철 씨는 "브라질 음악이 화장 짙게 한 도시 미인 같은 세련미를 갖고 있다면 쿠바 음악은 순수한 아름다움을 가진 시골 미인 같은 깨끗함을 갖고 있다"며 "카스트로 정권하에서 서방과 쌓아왔던 문화장벽이 아이로니컬하게도 이런 순박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 셈"이라고 말한다.

지난 2005년 11월 공연 당시 오마라는 마지막 곡으로 `베사메 무초`를 불러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게 했고 "한국에 꼭 다시 와서 한복을 입고 아리랑을 부르고 싶다"고 약속했다. 오마라 포르투온도가 노구를 이끌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구의 반바퀴를 돌아 내한한다.

체 게바라로 대변되는 정열과 혁명의 땅에서 빚어진, 그리고 미국의 공장식 팝 음악에 대비되는 질박한 수공업으로 주조된 이들의 음악을 통해 쿠바 음악만이 가진 깊은 매력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임희윤 기자(imi@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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