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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k&gary]원용민의 팝스토리:: 칙 코리아·게리 버튼 서울공연

2007-03-05


[원용민의 팝스토리] 칙 코리아·게리 버튼 서울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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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마디 말보다 마음을 담은 눈빛 한번이 더 가슴에 와 닿을 때가 있다. 오는 3월10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듀엣 공연을 갖는 재즈 피아노의 거장 칙 코리아와 최고의 비브라폰 연주자 게리 버튼은 이처럼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오랜 친구들이다. 칙 코리아가 1941년생으로 게리 버튼보다 두 살 위인데 이들은 1972년 재즈와 클래식의 경계를 허문 명반 ‘Crystal Silence’를 함께 작업한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이들이 ‘Crystal Silence’ 작업 35주년을 맞아 펼치는 세계 순회 공연의 일환이다.


칙 코리아는 1960년대 ‘퓨전 재즈의 아버지’로 불리는 재즈 트럼펫 주자 마일즈 데이비스 그룹에서 활동하며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이후 리턴 투 포에버 등 전설적인 그룹에서 활동했다. 또 자신의 밴드 활동을 통해 일렉트릭과 어쿠스틱 사운드를 두루 섭렵하며 뛰어난 멜로디의 피아노 연주를 선보여 현존하는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로 꼽힌다. 지난 12일(한국 시간) 열린 제49회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최우수 재즈 연주 앨범 등 2개 부문에서 수상, 통산 14개나 되는 그래미 트로피를 보유하게 됐다.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고루 지지를 얻고 있는 흔치 않은 경우다.


1960년대 초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한 게리 버튼 역시 스탄 게츠(색소폰), 키스 자렛(피아노) 등 수많은 거장들과 연주하는 등 굵직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그는 비브라폰 연주시에 ‘말레’라 불리는 스틱을 양손에 네 개를 쥐고 연주하는 독특한 기법을 최초로 시도했다. 이 덕에 그의 연주는 특히 풍부하고도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들어낸다는 평을 얻었다. 게리 버튼은 또한 명문 버클리 음대의 부학장으로 재직하며 많은 후학을 길러냈고, 자신의 밴드를 통해 많은 연주자들을 빛나게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높은 퓨전 재즈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도 게리 버튼의 밴드에서 활동하며 이름을 날렸다. 게리 버튼 역시 통산 다섯 번 그래미상을 받은 바 있다.


두 사람 모두 재즈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클래식까지 섭렵하는 폭넓은 시도를 보여온 것도 특징이다. ‘Crystal Silence’는 이런 두 사람의 창조적 실험정신이 빛을 발한 크로스오버의 명반. 재즈와 클래식 팬은 물론 일반 대중들까지도 끌어안을 수 있는 대중적인 작품이다. 칙 코리아와 게리 버튼은 피아노와 비브라폰 단 두 대의 악기만으로 ‘수정 같은 고요’라는 음반 제목처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순수한 음의 세계를 펼쳐보인다. 특히 이들의 연주는 공연 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데, 공연 실황 앨범 등으로 두 차례나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따라서 이번 한국 공연은 그래미가 공인한 명품 공연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게다가 공연에 앞서 음악 학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 클리닉까지 마련될 예정이어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52street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