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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k&gary]중앙일보:: 재즈의 살아 있는 전설 칙 코리아, 게리 버튼이 온다

2007-03-05

[me] 재즈의 살아 있는 전설 칙 코리아, 게리 버튼이 온다
[중앙일보 2007-02-26 21:16]  


[중앙일보 최규용] 다음달 10일 오후 7시 예술의전당에서 칙 코리아(左)와 게리 버튼(右)의 듀오 공연이 열린다. 저명 연주자의 일회성 방한을 넘어 재즈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재즈를 중심으로 클래식.라틴 음악 등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는 그들이다.

 

클래식이든, 재즈든, 록이든 오랜 시간 음악을 듣다 보면 우리는 헛된 바람을 품게 된다. 과거의 전설적 순간을 음반이나 영상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픈 바람이다. 예컨대 클래식에 매료된 20대라면 지금은 세상을 떠나고 없는 레너드 번스타인의 지휘를 직접 보고 싶어할 것이다. 그것이 비록 불가능한 꿈인 줄 알면서도….

 

재즈에 빠진 이들도 마찬가지다. 루이 암스트롱의 가래 끓는 목소리, 빌리 할리데이의 한 많은 노래, 마일스 데이비스의 창백한 트럼펫 연주를 두 눈, 두 귀로 느끼고 싶어한다. 지금은 '전설'로만 기억되지만 말이다.

 

사라지지 않는 전설도 있다. 칙 코리아와 게리 버튼이 그렇다. 칙 코리아는 1960년대 재즈의 대표적 전설이라 할 수 있는 마일스 데이비스 밴드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리턴 투 포에버를 비롯한 여러 밴드와, 그리고 솔로로 끝없는 전설을 만들어낸 걸출한 피아노 연주자다. 또 게리 버튼은 재즈 비브라폰 연주를 쇄신하고 현대화했으며, 팻 메스니 같은 뛰어난 기타 연주자를 발굴해냈다.

 

칙 코리아와 게리 버튼은 재즈사에 길이 남을 만하다. 72년 나온 듀오 앨범 '크리스털 사일런스(Crystal Silence)' 를 기억하시는지…. 70년대 재즈계의 새로운 리더로 떠올랐던 그들은 이 첫 듀오 앨범에서 재즈뿐 아니라 클래식과 라틴 음악을 오가는 폭넓은 감수성을 들려줬다. 그들의 인연은 7년 후 '듀엣(Duets)'으로 이어졌고, 스위스 취리히 공연과 그 다음 해 나온 실황 앨범 '인 콘서트, 취리히(In Concert, Zurich, October 28, 1979)'로 계속됐다.

 

'둘이서 하나'인 그들의 활동은 대중으로부터도 큰 호응을 얻었다. 음악성.대중성을 함께 평가하는 그래미상 베스트 연주 부문에서 두 차례나 수상했다. 하지만 각각 솔로로 나서면서 예전의 '듀오'는 더 이상 만나기 어렵게 됐다. 듀오 25주년을 맞은 97년 모여 '네이티브 센스(Native Sense)' 앨범을 녹음하고 스위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에서 '불변의' 호흡을 과시한 게 전부였다. 그래도 당시 대중.평단의 고른 호응으로 그래미상 베스트 연주 부문에서 수상했다.

 

올해, 그들의 첫 앨범 '크리스털 사일런스'가 나온 지 35년이 됐다. 그들은 여전히 재즈계의 리더로 왕성하게 뛰고 있다. 특히 칙 코리아는 최근 열린 제49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재즈연주 앨범상, 최우수 연주곡 편곡상을 받았다. 그래미상 트로피만 벌써 14개째. 게리 버튼 역시 신예를 꾸준히 발굴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아직도 많은 애호가는 그들의 듀오 시절을 그리워한다. 역사적 순간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하는 것. 이런 바람을 알았을까. 그들이 듀오 35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바로 한국에서다.

 

최규용 재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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