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공연] 제이슨 므라즈 내한공연│기타라는 장난감을 든 MR. A-Z
기사입력 2008-01-24 10:30
한 마디로, 제이슨 므라즈는 노래를 잘 한다. 덧붙이자면 그는 라이브에서 앨범보다 더 잘 부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가수일지 모른다. 재주꾼 므라즈씨는 곡을 잘 쓰는 송라이터이자 스튜디오에서 알찬 소리를 압축해내는 훌륭한 뮤지션이고 동시에, 무대에서 그 압축을 풀어내는 일에 더 능란한 퍼포먼서다. 그러니까 그가 ‘이 시대의 ‘아름다운’ 싱어 송라이터’ 라는 제목으로 기획되는 공연 연작에 초대된 건 전혀 낯 뜨거운 일이 아니다(라울 미동과 제임스 블런트가 므라즈의 앞뒤로 줄을 서 있다).
므라즈의 2005년 앨범 <MR. A to Z>는 네이밍 교본에 수록돼도 좋을만한 센스 있는 작명의 사례로 여겨진다. 자신의 성MRAZ를 풀어 쓴 것인 동시에 자기 음악의 색깔을 대단히 잘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록, 포크, 재즈, 힙합, 레게 등 대중음악의 A부터 Z까지 다양한 장르의 방식을 노래마다 바꿔가며 활용하지만 그러면서도 할인 마트 진열대처럼 난삽하게 느껴지지 않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부르는 목소리는 베이비로션 같다. 음색은 부드러울뿐더러, 어떤 곡이든 스며들어 자기 스타일로 녹여버리고, 산뜻한 여운을 남긴다.
유튜브에서 그의 동영상에는 ‘나랑 결혼하던가, 당신 복제인간을 만들어서 나랑 결혼하게 해줘’ 이런 댓글이 심심치 않게 달린다. 담백한 얼굴의 므라즈지만, 무대에선 쇼맨십도 꽤 있는데 그 일례로 2006년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에서는 달콤한 러브송인 ‘Bella Luna’ 를 부르다가 팔뚝을 걷어 올려 ‘I♡U’ 라고 적어 관객들을 쓰러뜨렸다고 한다. 그때는 큰 무대를 채우느라 베이스, 드럼과 퍼커션에 키보드, 색소폰까지 편성됐지만, 사실 그에게는 기타 하나면 족하다. 카페의 아르바이트 가수 출신인 그가 커피점인 ‘java joes’ 에서 노래하는 영상들은 작은 무대에 더 강하다는 증거다. 휴 그랜트가 아들을 낳았으면 저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싶은 소년의 얼굴을 한 제이슨 므라즈는 ‘노래가 제일 쉬웠어요’ 하는 표정으로, 기타라는 장난감을 갖고 노는 아이처럼 그저 천연덕스럽게 즐긴다. 너무 애쓰는 사람에게서는 느껴지지 않는 나이브한 종류의 그런 매력을, 재능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Life Is Wonderful’ 의 가사를 외울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황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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