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영상을 준비하면서 음악과 함께 드라마 한편을 보는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오늘 이순간, 이자리, 여러분과 함께 한 모든 시간이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며 '꽃'을 열창했고, 영상 속 헤어진 두 남녀는 흩날리는 꽃들 사이서 재회해 뜨거운 박수를 얻었다.
'오리지널 메들리'로 진행된 공연 2부는 모습을 바꿨다. 섬세하고 감성적이였던 분위기는 열정적인 무대로 변했다. 이승환은 정장을 벗어던지고 반짝이 의상을 입고 근육질 몸매를 드러냈으며, 무대에는 어쿠스틱 미니콘서트가 꾸며졌다. 통기타와 키보드, 코러스로 구성된 밴드는 '크리스마스에는' '프란다스의 개' '눈물로 시를 써도' '못 말리는 봉팔이' 등을 선보였고, 이승환은 무대가 좁은 듯 시종일관 뛰어다니며 공연장 전체를 흔들었다. 특히 디스코로 편곡된 '덩크슛' '제리제리고고'를 부를 때는 5천여 팬들이 모두 흥겨운 춤 판을 벌이기도 했다.
매 공연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형 물총도 등장했고, 이승환 특유의 애드립도 빛났다. 하지만 무엇보다 돋보인 건 그야말로 잘 놀줄 아는(?) 이승환의 마니아 팬들이였다.
앙코르 무대로 이승환은 '가족'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등을 팬들과 합창하며 아쉬운 작별을 전했고, 관객들은 정성스레 노래를 함께 하며 그의 마지막 무대를 감동적인 피날레로 이끌었다.
이날 공연은 3D 입체영상, 첨단 레이저조명 등을 통한 다양한 무대연출, 색소폰주자 이인관을 비롯한 탄탄한 실력의 라이브 멤버들의 풍성한 사운드와 이승환 특유의 가창력과 재치있는 입담이 어우러져 관객들에 여느 콘서트와는 확실히 다른 독특함으로 오감을 만족시켰다.
과거를 회상하고 이승환의 음악인생을 반추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1부의 발라드공연이 인상깊었으며, 이전 그의 공연이 '가수 이승환'에서 '뮤지션 이승환'으로 발전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오리지널 콘서트는 '뮤지션 이승환'이 진정한 '아티스트 이승환'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3시간의 공연시간 동안 여과 없이 보여준 공연이였다.
[이승환. 사진제공 = 프라이빗커브]
박영웅 기자 hero@my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