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은 특히나 발라드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졌다. 그래서 언제까지나 발라드 가수로 남아줬으면 하는 기대도 있었던 것 같다.
“이승환이 록을 하는 건 말도 안 돼”란 반응이 있었다. 발라드를 원했는데 기대감을 저버린 것 같기도 하고 음악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선입견이 쌓여갔다. 또 드림 팩토리를 직접 운영하면서 드러내놓고 사업을 해나가다 보니 이미지에 타격이 가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대중이다. 그리고 난 대중 가수다.
•공연할 때마다 팬들이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도 눈에 띌 것 같다.
콘서트에 유입되는 관객을 보면 기존 팬들과 새로운 관객으로 나눠진 걸 느낀다. 원래 내 공연 땐 야광봉을 쓰지 않는다. 주먹을 불끈 쥐거나 생수통을 흔들거나 한다. 야광봉이 왔다 갔다 하면 뒷사람에게 방해가 되기도 하니까. 그런데 요즘은 야광봉이 부쩍 많아졌다. 예전엔 공연장 밖에서 야광봉 사는 관객들이 있으면 팬들이 말리기도 했는데 이젠 너무 많으니까. 하지만 모두 수용해야 한다. 변화를 받아들이려 한다.
이번 공연을 보고 과거를 추억하는 팬들이 많을 것 같다.
거의 모든 앨범의 타이틀곡을 다 부른다. ‘좋은 날’ 같은 곡은 이번에 영화 <달콤한 거짓말>에도 쓰였다. 사실 이 노래는 10여 년 동안 한 번도 부르지 않았다. 개인적으론 좀 창피한 곡이었거든. 그러다가 2007년에 잠실 주경기장에서 공연할 때 불렀는데 관객들이 너무 좋아하더라. 록으로 편곡해서 공연하고 그랬었는데 이번엔 완벽하게 원곡대로 한다.
사실 잘 못 믿겠다. 원곡 공연이라니. 자신의 곡을 자유자재로 변주하는 게 이승환 공연의 주특기 아닌가.
1부에선 원곡대로 가지만 2부에선 편곡이 많다. 발라드는 그래도 거의 원곡대로 간다. 사실 연습할 때 밴드 멤버들이 자꾸 웃더라. 너무 진지하게 표정 잡고 그러다 보니 어색한 거다. 록 공연 하면서 혀 날름거리는 게 편하지. 팬들이 원했던 곡 중에선 ‘애원’ 같은 노래가 있다. 또 1집 때 곡을 많이 부를 거다.
작년 연말 공연은 매진됐었다. 이번엔 어떤가?
4월부터 오리지널 버전으로 공연하겠다고 제목을 정하고 준비했다. 이번에도 잘하면 매진이 될 것 같다. 특히 작년엔 앨범 내고 방송도 좀 하고 그랬더니 호응이 크게 왔던 것 같다.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에서 토끼 옷 입고 방송한 거 보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젠 팬들도 그런 이승환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 같다.
그거, 사실 토끼가 아니라 개다. 스케이트보드 타는 개 캐릭터인데 토끼 옷이라고 하기에 그냥 가만히 있었을 뿐이다. 앞에 김구라가 앉아 있는데 차마 개라고 밝히진 못하겠더라. 그 친구가 개라는 말을 입에 담으면 또 보통이 아니지 않나.(웃음) 이젠 팬들도 그런 걸 이해한다. TV를 통하지 않으면 홍보 자체가 안 된다. 하지만 워낙 드물게 하니까 그것도 큰 효과는 없다. 그래도 10대 팬은 좀 생기더라. ‘저 아저씨 참 독특하네’ 하는 거지.
이승환표 록 음악은 이승환만의 색깔이 분명하다. ‘붉은 낙타’나 ‘루머’ ‘왜’ 같은 곡들은 다른 가수들에게선 들을 수 없는 독특함이 있다.
글쎄, 그런 게 있다고 해서 계속 작업했더니 잘 안 팔리더구만. 오히려 이번에 발라드 공연 한다니깐 좋아하는 팬들이 많더라. 언제는 미친 듯이 달리자고 하더니.(웃음) 나도 처음엔 걱정을 했다. 팬들이 변절했다고 실망할까봐.
자선 공연인 ‘차카게 살자’도 내년이면 10주년이다. 그리고 곧 데뷔 20주년을 맞이한다.
‘차카게 살자’는 이미 섭외를 끝냈다. 사실 이것 때문에 술을 많이 먹는 것도 있다. 일일이 만나서 술 먹여가며 뮤지션 섭외를 해야 하니까. 20주년에 대해선, 뭐, 조용히 넘어가려고 한다.(웃음) 환율 떨어지면 여행이나 좀 다니고 악기도 좀 더 배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