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방방 뛰느라 힘드셨죠?" 2008-11-22
연말공연 발라드 무대로
"내년 데뷔 20년… 공부좀 할래요"
가수 이승환의 라이브 무대는 다른 공연과 비교되는 '포스'가 가득하다. 보통 2시간 남짓이면 끝나는 대중음악 공연과 달리 그의 노래 행진은 3시간이 기본이고 때론 5시간을 넘기기도 한다.
나긋나긋한 발라드 가수의 이면에서 숨어있던 악동이 튀어나온 듯, 그의 표현대로라면 "쳐 달리는" 공연을 즐기기 위해 관객은 신명나게 놀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 정도였다.
발라드 히트곡 분위기와 달리 이처럼 광분(?)하는 무대에 집착해온 이승환이 웬일인지 올 연말 공연(12월 24~26일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부터는 '전향'을 선언했다. 그것도 '텅 빈 마음' '천일 동안' 등 그의 초창기 인기 발라드의 분위기로 무대를 꾸민다고 말한다.
발라드 가수이기보다 로커의 모습을 보이기 원했던 그의 전향 이유가 궁금했다. 19일 서울 성내동 드림팩토리에서 만난 이승환은 "발라드 가수로서의 이승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부르려고요. 편곡을 해서 팬들이 기억하는 그 곡과 다르게 부르지 않을 작정입니다. 더 이상 팬들이 공연장을 떠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발라드곡 위주로 차분한 무대를 구성하는 게 영업상 좋다는 생각도 들고요. 하하."
그의 말처럼 이번 공연은 이승환의 이름이 걸리는 최초의 '발라드 중심의 대형공연'이 된다. 그리고 처음으로 스탠딩석을 없애고 티켓은 모두 지정석으로 판매된다. 1989년에 나온 1집부터 1995년 4집까지의 이승환을 그리워하는 팬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항상 초절정의 동안을 과시해온 그가 혹시 체력의 한계를 느낀 것은 아닐까. 무대를 방방 뛰며 관객을 녹다운시키던 그의 기 센 라이브를 누그러뜨린 이유가 말이다. "제가 지친 건 아니고 관객들이 체력이 안 좋아진 거겠죠. 5시간 공연이면 3시간 동안 잘 뛰다가 30,40분 쉬고 그러다 다시 뛰더라고요. 티켓 구매 연령층도 30대가 주류니까요."
이승환은 2009년이면 어느덧 데뷔 20년을 맞는 중고참 가수이다. 기념앨범이나 특별투어를 준비 중이냐는 물음에 "내년은 공부하는 해로 정했다"는 독특한 답이 돌아온다.
"데뷔 20년 사업을 하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싫었어요. 소극장 공연을 오래 하고 싶었는데 대관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하려고요. 책 많이 사서 읽고 기타 공부도 많이 하고 싶어요. 물론 좋은 여자도 만나야죠."
예전의 그로 돌아가는 공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의 오랜 파트너인 오태호의 소식이 궁금해졌다. 이승환과 오태호는 1992년 프로젝트 앨범 '이오공감'을 내놓아 큰 히트를 쳤다. 이후 오태호는 CCM(대중적인 기독교음악)으로, 이승환은 록으로 서로의 갈 길을 갔다.
"사실 작년에 다시 한번 '이오공감' 을 내자는 얘기를 나눴어요. 그런데 그동안 우리가 음악적으로 다른 길을 너무 멀리 가 있더라고요. 할 수 없이 접었죠. 자주 보진 못해도 문자로 안부를 묻곤 하죠."
서른이 되는 것을 기념해 귀를 뚫고, 사십을 넘기면서 인형 옷차림으로 대중 앞에 서게 됐다는 그의 가장 큰 장점은 누가 뭐래도 세월을 속이는 동안이다. 젊음의 비법은? "누구나 마음 속에는 천진난만한 아이가 살고 있죠. 그 아이를 감추지 않는 게 젊게 사는 방법이죠. 쉽죠."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