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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매일경제:: 가수 이승환, "귀가 찢어져도 공연 취소안했죠"

2009-01-13

 
가수 이승환, "귀가 찢어져도 공연 취소안했죠"
20 동안 콘서트 1000 열어   
[2008.12.17]


 
가수 이승환 씨(43)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앞두고 목욕탕에서 미끄러져 귀가 찢어졌다. 새벽 5시까지 무대 리허설을 해 발이 꽁꽁 얼었던 게 화근이었다. 계속 흐르는 피 때문에 한숨도 못 잔 그는 공연 직전 네 바늘을 꿰매고 무대에 올라 내쳐 달렸다. 소리가 잘 안 들렸지만 강렬한 록 음악을 내지르며 깡충깡충 뛰어다녔다. 그는 장염에 걸려 구급차에 실려간 날에도, 설사가 멎지 않은 날에도 무대에서 '끝장'을 봤다. 그렇게 20년 동안 단 한 번도 '펑크'를 내지 않고 1000회 이상의 콘서트를 이어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성탄 공연(24~26일ㆍ올림픽 펜싱경기장)을 준비 중인 그를 지난 16일 저녁 만났다. 2년 넘게 계속해온 운동 덕분에 단단해 보이는 이씨는 "급성맹장염에 걸려 공연을 취소하는 게 걱정돼 맹장을 떼어낼까 고민한 적도 있다"며 "접시물에 빠져 죽을까봐 걱정하는 성격이어서 밖에도 잘 안 나가고 집에만 있는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아파도 무대에 서면 거짓말처럼 말짱해지는 라이브 체질이다. 2003년에는 5시간 37분 동안 노래하는 '끝장콘서트'를 열어 강철 체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무적' '슈퍼 히어로' '난리' 등 독특한 주제의 공연을 보여준 이씨는 "무대는 나의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역대 최고라는 말을 듣기 위해 삼면 회전무대와 특수 효과, 영상, 조명 등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리 멋있는 무대 세트라도 공연이 끝나면 파기해 버린다. 똑같은 무대를 재탕하지 않겠다는 소신 때문이다.
"수익이 적게 생겨도 상관없어요. 돈보다는 명예가 더 중요합니다. 내 공연에는 유난히 골수팬이 많이 오는데 비슷한 연출로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관객들 눈이 엄청 높아지고 있어 우리 스탭이 죽어라고 고생하고 있어요. 그 덕분에 도태되지 않고 최고로 남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변신을 고집하는 성격 덕분에 그의 콘서트에 중독되는 사람이 많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역발상'의 무대를 준비했다. 그동안 록으로 내쳐 달려왔는데 갑자기 발라드 노래를 부르겠다고 선언했다. 사실 그는 '텅 빈 마음' '기다린 날도 지워질 날도' 등 발라드곡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이 곡들을 록으로 편곡해 불러왔다.

"발라드로 돈 벌어 록을 부른다고 '변절자'라는 소리도 들었어요. 하지만 크리스마스에는 연인들이 들을 수 있도록 차분해지기로 했어요. 완전히 '영업 모드'에 돌입한 거죠. 하하하. 음침한 조명을 켜놓고 애정행각을 장려할 테니 많이 오세요."

발라드곡이라 이번에는 가만히 서서 노래 부른다. 그도 이제 나이가 든 것일까. 이씨는 "이렇게 땀을 안 흘리는 공연은 처음이다. 솔직히 미치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세월 앞에 장사는 없는 법이다. 40대 중반에 접어드는 그에게 '어린왕자'란 별명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진다.

"1993년부터 '나는 어린왕자가 아니다'고 항변했어요. 오히려 내 별명은 '평민' '어린 완자' '욕정범벅' '욕정다발'이 더 잘 어울리죠. 자유롭게 생각을 분출하는 것을 좋아해요. 음탕한 말도 좋아해 방송에서 수위를 넘나들죠."

그렇게 말하지만 이씨는 '어린왕자'처럼 순수하다. 2001년부터 '차카게 살자' 콘서트를 열어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을 돕고 있다.

"어른들 세계를 믿지 않아요. 부조리로 가득 차 있죠. 그렇다고 내가 어른이 된 것 같지도 않아요. 정말 철이 안 든 것 같아요."(02)563-0595

[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