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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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라세 린드 |
자기 노래를 스스로 부르는 것과 남이 써준 곡을 부르는 것은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는 모양이다. 곡을 짓고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이들에게 싱어송라이터(Singer Songwriter)라는 별도의 호칭이 따라다니는 것을 보면.
하지만 싱어송라이터라는 말이 처음 생겨난 1970년 전후로 돌아가 보면 싱어송라이터가 단지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55년 로큰롤의 탄생 이후 비틀스와 밥 딜런 이전까지 대부분의 가수들은 전문적인 작사·작곡자들이 만들어주는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60년대 중반부터 밴드들이 직접 노래를 만들어부르기 시작했고 그런 노래들은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대개 강한 메시지나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60년대 후반 이후 사회보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이를 포크 베이스의 음악에 실어 노래하는 가수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자기고백적인 이들의 노래는 의외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지극히 사적인 유년시절의 경험, 오래된 기억, 상처, 사랑, 희망 같은 주제들은 역으로 보편적인 울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디어에서는 이들을 싱어송라이터라고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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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조규찬 ③ 김광진 |
싱어송라이터가 가지는 이같은 의미는 현재도 유효하다. 만들어진 가수가 대세인 대중 음악계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성을 글과 음표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은 귀한 재능이다. 저마다 노래하는 방식이나 장르, 주제, 분위기는 다르지만 싱어송라이터들에게는 ‘작가’ 혹은 ‘아티스트’라고 부를만한 묘한 공통점도 느껴진다.
4월16일부터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리는 시리즈 공연 ‘이 시대의 아름다운 싱어송라이터’는 국내외의 빼어난 싱어송라이터들을 한자리에 모은 보기 드문 자리다. 라울 미동(26일), 라세 린드(22일), 레이첼 야마가타(17일) 등 해외 뮤지션들과 정재형(18·19일), 이한철(23일) 김광진(24일) 조규찬(25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이 함께 한다.
여기에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장기하와 얼굴들,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이상 16일) 짙은, 요조(이상 21일) 등 실력파 신예 뮤지션들도 참여해 다양한 관객을 아우르는 풍성한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가수는 역시 26일 시리즈의 피날레를 장식할 미국의 라울 미동. 앞을 보지 못하는 싱어송라이터라는 점에서 종종 스티비 원더를 잇는 천재로 묘사되는 라울 미동은 잘 매만진 곡 위에 듣는 사람을 휘어잡는 깊이 있는 음색, 그리고 뛰어난 기타 연주가 삼위일체를 이루는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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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장기하와 얼굴들 ⑤ 짙은 |
팝과 록을 기본으로 재즈와 가스펠까지 아우르며 때론 라틴 리듬까지 겸비한 그야말로 전천후 싱어송라이터다.
지난해 3월 첫 내한공연 매진 후 재공연 문의가 쇄도했던 터라 이번에도 공연장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22일 공연하는 라세 린드는 라울 미동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스웨덴 싱어송라이터인 라세 린드는 드라마 ‘소울메이트’에 삽입된 ‘커먼 스루(C’mon Through)’로 이름을 알린 인물. 애절하면서도 허스키한 목소리와 멜랑콜리한 듯 유쾌한 이중적인 분위기가 독특한 매력을 지닌다.
역시 이제까지 두 차례 내한 공연이 모두 매진되었으며 이번에는 새 앨범 ‘Pool’의 국내 발매를 앞두고 있어 드럼, 키보드, 기타, 베이스 등 그의 풀밴드가 함께 내한해 더욱 풍부한 음악을 선사한다.
17일에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이자 피아니스트인 레이첼 야마가타가 서정적이면서도 관능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이번이 첫 내한공연인 레이첼 야마가타는 일본계 아버지와 독일/이탈리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뒤 2005년 ‘Be Be Your Love’로 솔로 가수로 나섰다. 노라 존스와 피어나 애플을 합쳐 놓은 듯하다는 찬사를 받고 있으며 낭만적이면서도 격정이 느껴지는 목소리와 다분히 자아성찰적인 편곡이 돋보이는 지성파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이들과 함께 하는 김광진 조규찬 정재형 이한철은 국내의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 저마다 추구하는 지점이나 음악적 고민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유행이나 시류에 영합하기보다 자신의 경험과 일상에서 얻은 소소한 느낌들을 노래에 담아 잔잔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스타가 명멸하는 가요계에서 꾸준한 활동으로 오래도록 자기만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든든한 면모도 공통적이다.
90년대 대중음악과 클래식의 접목을 시도해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던 베이시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영화음악 감독으로도 활동 중인 정재형은 지난 해 ‘포 쟈클린(For Jacqueline)’이라는 음반으로 6년 만에 활동을 재개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고급스러운 일렉트로닉 팝으로 음악적 변화를 꾀한 3집 앨범의 주요 수록 곡과 솔로 앨범 중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곡을 들을 수 있다.
94년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 이후 불독 맨션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한철은 에너지가 넘치는 특유의 경쾌한 사운드와 낙관적인 가사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가수.
이번 공연에서는 7인조 밴드 ’런런런어웨이즈’와 함께 4년만에 발표하는 새 앨범 ‘순간의 시간’에 수록된 신곡도 선보인다. 직접 여행을 다니며 느낀 짜릿한 시간을 담은 신작에는 ‘차이나’ ‘시내버스 로맨스’ 등 기분좋은 설렘의 느낌을 담았다고.
24일과 25일은 각각 공연하는 조규찬과 김광진은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싱어송라이터. 목소리를 하나의 악기처럼 구사한다는 조규찬은 나무랄데 없는 작곡 능력과 이를 제대로 소화하는 가창력을 겸비한 가수. 매번 콘서트 때마다 전곡을 새롭게 편곡해 새로운 공연을 만들어 온 그는 이번에도 전과 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애널리스트이자 가수라는 이색적인 투잡으로도 유명한 김광진은 풍부한 감수성과 소박하면서도 수려한 멜로디 꾸밈없는 진솔한 목소리가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처럼 기분 좋은 느낌을 주는 가수.
수많은 히트곡 레퍼토리를 자랑하는 국내 대표 싱어송라이터답게 ‘마법의 성’ ‘편지’ ‘동경소녀’ 등 다양한 곡들을 선사할 예정. 여기에 기타의 거장으로 불리는 함춘호를 비롯해, 신석철(드럼), 박용준(키보드), 김정렬(베이스), 이성렬(기타) 등 국내 최고 세션들이 참여해 완벽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4만4000~7만7000원. (02)563-0595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