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07
불황에 강하다, 싱어송라이터송혜진 기자
enave@chosun.com
곡 쓰고 노래하고 연주도 투자 대비 수익 높아…
아이돌은 공연비용 수억 티켓 매진돼도 적자
'아이돌보다 싱어송라이터 하나가 더 낫다?'
최근 공연계의 흥행 공식이다. 공연해서 돈을 벌고 싶다면 기왕이면 몸값 비싼 스타를 데리고 해야 장사가 되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 한데 요즘엔 스타보단 싱어송라이터가 더 수지가 맞는다고 한다. 최근 한 공연기획사 대표는 "이젠 의상비에만 수십억 쓰는 아이돌 스타 데리고 공연해봤자 수지가 안 맞는다"며 "작곡·편곡·연주까지 되는 친구들의 공연이 더 낫다"고 토로했다. 불황이 뜻밖에도 전천후(全天候) 뮤지션을 더욱 반기는 풍토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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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면 뭐합니까. 수지가 안 맞는데"작년 12월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이효리 단독 콘서트. 총 2회에 걸친 공연 티켓이 모두 매진됐고 총 1만6000명이나 공연을 보러 왔지만, "알고 보면 속 빈 강정이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무용단원 섭외비, 의상비를 비롯한 각종 부대비용이 수억원에 이르는 바람에 공연이 적자가 났고, 현재까지 출연자 및 스태프 전원이 약속한 장비 대금과 개런티를 받지 못한 상태다. 대금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바람에 공연 실황을 담은 DVD 제작마저 취소됐다. 업계에선 "이제 아이돌 가수가 자기 이름을 걸고 공연해서 이익을 낼 수 있는 건 '빅뱅' 정도뿐인 것 같다"고 고개를 저을 정도.
인터파크측 역시 "작년부터 계속 열렸던 이름난 가수들 공연 중에서
휘성·
박효신·
거미·정엽 등이 함께 모여 열었던 '더 소울 콘서트' 정도가 수익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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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래는 물론 작곡·편곡·악기연주까지 자유자재로 하는 싱어송라이터들. 불황일수록 이들은 진가를 발휘한다. YB(윤도현밴드) /로엔엔터테인먼트, 프라이빗커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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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해도 좋다, 내실을 키워라상황이 이러니 이름 있는 가수들조차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소극장 공연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소라는 5월부터 객석 규모가 400석 정도 되는 소극장에서 3주에 걸쳐 공연을 하기로 결정했고, 최근 8집을 낸 YB(윤도현밴드) 역시
홍대 소극장에서 장기 공연을 하겠다고 밝혔다. "관객과 호흡을 가까이할 수 있는 데다 내실도 있어서 좋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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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정재형, 조규찬. /로엔엔터테인먼트, 프라이빗커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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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편곡·연주까지 하는 뮤지션을 찾아라공연기획사측은 기왕이면 싱어송라이터를 섭외하기 위해 분주하다. 작곡·편곡·연주까지 모두 가능한 가수일수록 적은 투자로도 수익을 낼 수 있어서 1석2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공연기획사 '프라이빗커브' 추나현 과장은 "불황일수록 관객들도 수준 높은 음악 감상이 가능한 공연을 골라 보는 경향을 보인다"며 "편곡에 각종 악기까지 연주가 가능한 싱어송라이터들의 공연이 인기를 끄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재형,
조규찬, 이한철, 장기하와 얼굴들, 요조, 김광진, 언니네이발관 같은 가수들의 공연이 연달아 열리면서 성황을 이룬 것도 이 덕분. 최근엔 해외 아티스트 공연조차 라울 미동, 레이첼 야마가타처럼 가창력도 출중하면서 다재다능한 악기 연주까지 보여주는 싱어송라이터를 주로 모셔오는 추세다.
가수
강산에, 조원선의 공연을 기획 중인 공연기획자 김기홍씨는 "싱어송라이터들이 직접 편곡까지 하다 보니 요즘 앨범을 내는 비용이 5000만~1억원 정도밖에 안 드는 경우도 있다"며 "이젠 공연도 투자 대비 효율이 높은 실력파 가수들 위주로 진행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