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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싱송]문화일보:: 이한철 “차가운 가슴도 뜨겁게 만드는 게 음악의 힘”

2009-04-17

“차가운 가슴도 뜨겁게 만드는 게 음악의 힘”
23일 세종문화회관서 공연 싱어송라이터 이한철
예진수기자 jinye@munhwa.com


싱어송라이터 이한철(37)의 공연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듯한 쾌감을 안겨준다. 그는 “무대에 오르는 순간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기타를 잡으면 순간순간의 풍경을 담아내면서‘귀를 위한 영화 같은 음악’을 선사한다.

지난해에는 녹음기에 세계 각국 여행지 길거리나 지하철 등에서 들리는 다양한 소리를 채록한 뒤 자신의 노래와 접목시키는 독특한 월드 뮤직 콘서트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가 이번에는 ‘아름다운 싱어송라이터’ 시리즈의 하나로 오는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을 펼친다.

서울 중구 충정로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여행지에 가서 음악을 만드는 게 가장 매력적”이라며 “항상 기타와 녹음기를 들고 다니면서 여행기나 일기를 쓰듯 곡에 현장의 느낌을 녹여넣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쿠바 아바나를 여행했을 때는 현지인들에게 차차차 리듬을 배우고 길거리 공연을 했다.

그는 데뷔 15주년을 맞아 내놓은 솔로 3집 앨범 ‘순간의 기록’을 활기찬 ‘해피송(행복노래)’으로 채웠다. 펑크, 솔, 디스코, 플라멩코,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울렀다. 앨범 수록곡 ‘안아주세요’는 ‘…서로를 안아줘요 내가슴이 터지도록/화끈하게 후끈하게’라는 가사로 된 경쾌한 위로송이다.

“이 노래는 앨범에 싣기 전에 콘서트 현장에서 여러 차례 불렀죠. 반복해서 노래하니까 서먹서먹하던 남자들끼리도 ‘어 어’하고 쑥스러워하다가도 서로 안게 되더라구요. 이런 게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의 힘이라고 할 수 있죠. 축 처진 사람도 일으켜세우고, 차가운 가슴도 뜨겁게 만드는 것은 음악의 중요한 부분이죠.”

9번째 트랙에 실은 ‘인생’은 그의 히트곡 ‘슈퍼스타’를 잇는 팝 스타일 곡이다.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라는 가사로 된 ‘슈퍼스타’도 긍정 에너지를 널리 퍼뜨리는 파종기 역할을 했다.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이 2005년부터 2009년 1월까지 라디오에서 가장 많이 나온 가요를 조사한 결과 이 곡이 1464번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솔로 3집 앨범 수록곡 ‘세비야’는 2006년 스페인 여행을 할 때 작곡한 곡이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 때 힘이 됐던 사람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저에게 음악은 취미이자 특기이며, 직업이자 놀이입니다. 피아노 앞에 앉아 코드로 곡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지를 떠올려서 곧바로 곡을 씁니다. 울컥하면서 멜로디가 왔을 때 작곡을 하지 않으면 곡을 버리게 되죠.” 그는 가벼운 터치 속에 유쾌한 메시지를 담는다.

그는 “이번 앨범 수록곡 중 모던록 장르의 노래 ‘시내버스 로맨스’도 짧은 순간의 기록인데 이런 순간의 조합이 곧 인생”이라고 말했다. 이 노래 가사를 음미하는 사람들은 버스 안에서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든 옆자리 소녀와의 짧은 인연 때문에 로맨스 영화 주인공이 되는 상상에 빠진다는 이야기에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예진수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