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와 얼굴들, 퍼포먼스로 600여 관객 매료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유쾌하고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세종문화회관을 뜨겁게 달궜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16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이 시대의 아름다운 싱어송라이터'라는 타이틀의 릴레이 콘서트에 참여해, 인디 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과 합동 공연을 펼쳤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600여 객석은 꽉 들어찼으며 10대부터 50대까지 신구세대를 사로잡는 실험적인 포크 음악을 선보이며 모두가 어깨춤을 추는 흥겨운 무대를 만들었다. 특히 장기하는 이날 자신의 연애 스토리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노래를 차례로 불러가다가 "사실은 어제 지어낸 이야기다"라고 고백해 '허무 시리즈 유머'를 보여주기도 했다.
첫 곡은 1집 수록곡 '나와'였고, '아무것도 없잖아' '기상시간' '말하러 가는 길' '정말 없었지' '하루 아침' 등을 연달아 불렀다. 장기하는 "5년 전 마음에 둔 그녀에게 고백하기 전 만든 노래다. 그녀에게 답이 없고 별일 없이 살게 되면서 만든 노래도 있다"라며 곡 사이마다 멘트를 했다.
하지만 '싸구려 커피'를 부르기 직전 "사실은 모두 어제 지어낸 얘기다, 크게 신경쓰지 말라"라며 낚시성(?) 스토리임을 공개했다. 실제로 그의 히트곡인 '싸구려 커피' 역시 적나라한 자취 생활을 담은 노랫말 때문에 '88만원 세대의 정서'를 노래한 곡이라고 주목받았지만, 장기하는 "한번도 자취 생활을 한 적이 없으며 어렵지 않게 자란 편이다. 간접 경험과 군대 생활 등을 녹여 내 페르소나를 만들어 투영시킨 노래"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장기하와 얼굴들은 무표정한 얼굴에 실험적인 퍼포먼스를 옆에서 곁들이는 2인조 미미 시스터스와 함께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싸구려 커피' '나를 받아주오' '달이 차오른다' '별일 없이 산다' 등을 미미 시스터스의 코믹하면서도 신선한 퍼포먼스와 함께 꾸몄다. 장기하와 얼굴들 멤버들이 소주를 마시는 듯한 코믹한 설정을 펼친다든지, 미미시스터스가 담배를 피우면서 무심한 표정으로 객석을 바라보는 장면 등도 이채로웠다.
앙코르 요청에 장기하는 미국 록밴드 너바나를 패러디한 곡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처럼 노란색 가발에 그런지룩을 걸치고 등장해 가요계 아이들 그룹 히트곡 100곡을 메들리 형식으로 10분에 걸쳐 불렀다.
장기하는 공연 도중 점프를 하다 무릎이 얼굴에 부딪혀 입술 부상을 입기도 했다. 공연 뒤 그는 "연습을 많이 했지만 가사를 잊어버릴까 염려도 했는데 잘 끝나서 다행이었다"라고 말했다.
장기하의 소속사 측은 "전날까지 이어진 지방 공연으로 장기하가 위염과 장염에 걸려 목소리까지 잘 나오지 않을 만큼 힘들어했다. 하지만 무대에 서자 언제 아팠냐는듯 온 몸을 던져 놀랐다. 요즘 스케줄이 하루 네다섯개가 잡혀 있을 만큼 강행군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장기하는 17일부터 SBS 파워FM '박소현의 러브게임' 등에 6주간 고정 게스트로 나와 입담을 과시할 예정이다.
이인경 기자 [best@joongang.co.kr]
사진=프라이빗 커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