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27 첫 등장은 여느 뮤지션들의 화려한 발걸음과 달랐다. 공연 스태프의 팔을 잡고 무대 위로 걸어들어오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로 더뎠다.
26일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열린 ‘싱어송라이터’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 뮤지션은 바로 라울미동이었다. 시각장애를 안고 태어나 앞을 못보는 그는 ‘제2의 스티비원더’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앞이 안 보이는 뮤지션의 무대가 어떤 느낌일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일까. 관객석에는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가 기타를 매고 마이크 위치를 맞추고 관객들의 기척을 확인한 후 첫 곡 ‘Everybody’를 부르기 시작하자 객석은 술렁였다.
몇몇 관객은 “MR아니고 라이브야?”라고 물었다. 실제 라이브 연주임을 의심케 하는 현란한 기타 스트로크,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음역대, 한치의 어긋남 없는 절대음감까지 그의 이름값을 느끼게 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그의 첫 앨범 ‘State of mind’에 수록된 곡 다수와 5월부터 시작할 새 앨범작업에 포함될 곡들을 미리 감상할 수 있었다. 그의 곡들은 기본적으로 네오솔(Neo-Soul)로 분류되지만, 아르헨티나 무용수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라틴의 리듬감이 가미된 곡도 다수 포함됐다. 재즈를 베이스로 하면서도 담백하고 깔끔한 사운드는 음악적 대중성의 기반이 됐으며, 서정적이며 아름다운 선율은 짠한 감동을 자아내기도 한다. 관객들이 지루할 새라 입으로 내는 각종 소리, 특히 ‘마우스 트럼펫’은 라울미동의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장기다.
그는 중간중간 곡 설명을 상세히 덧붙이며 특유의 재치있는 입담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중 그의 우상인 스티비원더와 함께 부른 ‘Expressions Of Love’의 곡작업을 하기까지 얼마나 고대했는지와 NASA의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쌍둥이 남동생이 스티비원더의 집에 자신보다 먼저 방문하게 된 에피소드 등 재미난 사연도 들려줬다. 또 도니 헤서웨이(Donny hathaway)를 기리며 쓴 곡 ‘Sitting In The Middle’을 부르며 그를 향한 헌사를 바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State Of Mind’를 부르며, 기타 속주의 현란함과 천재적인 보컬로서 최고역량을 보였다. 관객들의 환호가 끊이지 않자 그는 “한국이라는 지구 반대편에 와서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과 음악을 매개로 소통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참 멋진 일”이라며 화답했다.
한편 이날 공연에서는 조승우, 배철수, 이한철 등 국내 유명 뮤지션과 스타들이 몰려들기도해 다시 한 번 라울미동의 명성과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조민선기자/bonjod@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