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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싱송]노컷뉴스::뮤지션 그리고 펀드매니저, 김광진이 사는 법

2009-05-21



뮤지션 그리고 펀드매니저, 김광진이 사는 법

2009-04-25



[노컷인터뷰] 지난해 앨범 '라스트 디케이드' 내고 25일 공연하는 김광진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오미정 기자]

뮤지션과 펀드 매니저. 하나만 하기에도 힘든 일이다. 그런데 김광진(45)은 둘을 다 잘한다.

동부자산운용의 투자전략리서치 팀장이자 뮤지션인 김광진을 여의도 그의 회사 앞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만났다. 지난해 신보 '라스트 디케이드(Last Decade)'를 냈을 때 개인 사정으로 미뤘던 인터뷰다. 마침 김광진이 25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이 시대의 아름다운 싱어송라이터' 공연을 앞두고 있던 터라 할 얘기도 많았다.

"공연만의 묘미가 있죠. 음악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템포가 느려지기도 하고 빨라지기도 합니다. 또 소리가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지요. 그런데 음반으로 음악을 들을 때에는 그런 '다이내믹'을 느낄 수 없어요. 공연의 음악은 음반의 음악과는 다른 매력을 주죠."

실력파 뮤지션의 공연답게 실력있는 연주자들이 참여한다. 기타리스트 함춘호·이성렬, 드러머 신석철, 키보디스트 박용준, 베이시스트 김정렬 등이 그들이다. 박용준은 1994년 그와 함께 '더 클래식'을 결성해 공전의 히트곡 '마법의 성'을 합작해냈던 멤버다.

'롤러코스터' 출신 가수 조원선과 가수 한동준이 게스트로 참여한다. 김광진은 1991년 한동준의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를 작곡하며 작곡가로 데뷔했다. 그는 "오랫동안 음악을 해 온 사람들의 팀워크를 느끼실 수 있는 공연"이라며 "서로 즐기고 도와주는 무대"라고 소개했다.

김광진은 2002년 음반 '솔베이지'를 낸 후 6년만인 지난해 신보를 발매했다. 신보는 신곡 3곡에 과거 노래를 담은 베스트 음반 형식. 김광진의 팬들에게는 조금 섭섭한 구성이다. '솔베이지'는 평단의 호평과는 별개로 대중적인 사랑을 크게 받지는 못했다. '더 클래식'의 노래 '마법의 성'을 비롯, 이승환의 '덩크슛', 이소라의 '처음 느낌 그대로' '기억해줘' 등 숱한 히트곡을 만들어냈던 그에게는 성에 차지 않았을 성 싶다.

"오랜만에 음반을 낸 것이 시간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평일날 회사에서 일을 하고도 주말에 음악 작업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창작 의욕이 조금 떨어졌었어요. 곡을 못써서 못했다는 생각하지 않아요. 솔베이지 음반이 잘 되지 않고 음반 시장이 위축되면서 음악을 하지 않아야 하는건지 고민도 했죠. 그런데 음악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일이고, 또 능력도 있으니까 계속 할 생각입니다."

자산운용사 팀장인 김광진은 음악 얘기만큼 투자 얘기도 많이 했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MBA를 한 후 삼성증권을 거쳐 현재 회사에 입사한 그다. 그가 운용하는 '더 클래식 펀드'는 몇년간 수익률 상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고 있다. 매일 오전 7시 반에 출근, 오후 7시 경에 퇴근한다. 그는 "명예를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한다. 그 덕분에 업계에서는 인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주식 투자로 돈을 날려 '주식 투자 울렁증'이 있는 기자에게 김광진은 조근조근한 말투로 '투기'가 아닌 '투자'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적은 돈으로 사업을 할 순 없지요. 또 사업을 하게 되면 망하게 될 경우 돈을 모두 날릴 수도 있고요. 그런데 주식을 통해 투자를 하면 사업을 하는 것만큼의 위험성은 없어요."

펀드 매니저와 뮤지션. 거기에 히트곡 작곡가. 남들의 부러움을 많이 살 위치에 있는 김광진인데도 그는 "성격 자체에 우울감이 있다"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과거에 해 놓은 일 때문에 만족하고 밝아지질 않아요. 지금도 공연장을 못 채울까 등으로 많은 고민을 하죠. 대중들에게 무엇인가를 알린다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고민을 털어놓으며 다소 우울해진 분위기는 아이들의 얘기로 이내 밝아졌다. 아들과 딸, 두 아이의 아빠인 김광진은 6학년짜리 아들 얘기를 하며 이내 밝은 미소를 짓는다. 김광진은 "고민이 좀 있었는데 아들이 농구를 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확 좋아졌다. 슛감각이 좋다"며 아들의 사진을 내보인다.

김광진은 농구 마니아다. "아마추어 치고 농구를 잘 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농구 얘기를 한참 하다가 그는 "내가 젊은 나이로 돌아가서 농구를 하는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전했다.

그의 음악과 일, 가정에 대해 얘기하기에 점심시간은 짧기만 했다. 뮤지션임과 동시에 회사원인 김광진은 "공연장에 꼭 오시라"는 인사를 남기고 오후 근무를 하러 회사로 돌아갔다.

omj@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