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20대중음악계에서 ‘싱어송라이터(singer songwriter)’는 일종의 고급 브랜드다. 직접 곡을 만들어 노래를 부르고 공연까지 잘 하는 뮤지션에게는 특별한 아우라가 형성된다.
한때 희소성을 자랑하던 싱어송라이터들도 이제 그들끼리 연합전선을 구축할 정도로 수가 늘었다.
지난 16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이 시대의 아름다운 싱어송라이터 시리즈’가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장기하와 얼굴들, 정재형, 조규찬 등 국내 뮤지션과 레이첼 야마가타, 라세린드, 라울미동과 같은 해외 뮤지션들이 참여한 공연을 릴레이로 즐기다 보면 이들에게 뭔가 특별한 내공이 있음을 알게 된다.
내공은 단연 실력에서 온다. 작사ㆍ작곡부터 다양한 악기를 구사하며 세션을 이끄는 연주실력, 충만한 감성 보컬까지 싱어송라이터의 공연에는 무대 장악력이 뒤따른다. 그것은 곡을 만든 이의 표현력에서 오는 파급 효과이며, 뮤지션의 혼(soul)이 느껴지는 공연에서 오는 에너지다.
지난 19일 정재형의 공연은 영상과 연주, 보컬이 한데 어우러진 ‘무대 위의 예술’이었다. 기타, 첼로, 피아노, 드럼의 조합과 일렉트로닉과 클래식을 오가며 빚어진 정재형식 음악의 색채는 무대 위에서 빛났다. 실력으로 다져진 싱어송라이터 뮤지션의 음악적 자부심이 가득했다.
17일 무대에 오른 레이첼 야마가타는 재즈, 록, 클래식, 포크, 블루스까지 폭넓은 장르를 오가는 저력을 보였다. 피아노와 기타를 오가는 연주실력과 록에서 재즈까지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보컬은 다재다능한 싱어송라이터가 줄 수 있는 감동의 최대치였다. 야마가타의 폭넓은 음악적 지평과 변화무쌍한 무대 위의 모습은 뮤지션 그 이상의 예술가(아티스트)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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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 |
자신의 생각과 감성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은 ‘환상의 이야기꾼(storyteller)’이다. 이들의 공연이 더욱 재미난 이유는 뮤지션의 음악적 소신이나 강한 주관이 음악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에서는 젊은 세대의 통통 튀는 창작열과 대중음악계의 진부함에 강펀치를 날리고자 하는 재기발랄한 메시지를 엿볼 수 있었다. 너바나(Nirvana)를 노루바나로 변주하는 언어유희, 짜여진 앙코르의 진부함을 깨고 100곡 연속 메들리로 들려주는 파격, 후크송이 대세인 요즘 대중음악계에 화가 나서 자신들도 후크송을 만들었다는 ‘발랄한’ 비판정신은 단순한 웃음 그 이상의 재미와 감동을 안겨줬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