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13
[서울신문]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원스’(2007년)에서 체코 출신 싱어송라이터 마르케타 이르글로바와 함께 노래했던 아일랜드의 록 뮤지션 글렌 핸서드가 국내 한 신문과 13일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한 이 신문의 객원기자 김모 씨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지면 사정상 상당수 문장과 대답 자체가 잘려나간 경우가 있었다며 인터뷰 전문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월에 이르글로바와 함께 결성한 밴드 ‘스웰 시즌’의 첫 내한공연을 가졌던 핸서드는 14~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서울재즈페스티벌(
www.seouljazz.co.kr)에 참가하기 위해 넉달 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는다.
김씨는 블로그에서 “이메일 인터뷰들을 보면 대답들도 별다른 성의 없이 틀에 박힌 대답들이고,과연 본인이 대답을 작성하는 걸까 의구심이 드는 경우까지 있다. 가끔씩은 한다고 해놓고 답변을 안 보낼 때도 있다.그래서 이메일 인터뷰 같은 경우는 나부터도 별로 비중을 두지 않고,질문을 보낼 때도 그리 정성을 쏟지 않는다.”며 핸서드와의 인터뷰 제의를 받았을 때도 별다른 기대 없이 질문을 보냈는데 이렇게 정성스런 대답이 올 줄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이어 “(핸서드가) 이탈리아 베네치아 공연을 마치고 와인을 마시며 답변을 작성 중이라 하는데,이럴 줄 알았으면 좀더 고민을 해서 질문지를 작성할 걸 그랬다.대면 인터뷰든 이메일 인터뷰든 이렇게 성의있는 대답을 듣고 있으면 사람에 대한 신뢰감이 생긴다.”고 털어놓았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지난 번 한국 공연은 어땠나?
지난 1월의 공연은 우리의 첫 한국 방문이었다.하지만 공연 때문에 너무 바빠서 아쉽게도 많은 것을 보지는 못했다.하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우리가 갔었던 멋진 한국 레스토랑들과 노래방이다.새벽까지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했다.진정한 서울에 대해 느끼기에 지난 번 투어는 너무 짧았는데 이번에는 좀 더 한국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있길 희망한다.그리고 가능하다면 판문점엘 가보고 싶다. 판문점에 가서 한국의 다른 쪽을 본다면 국경이라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것인지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문화는 이런 경계선들을 만들고 자연은 그것을 이해 못 하고….그러면서 진화되고 소모되고 다시 흙이 된다.
-그때의 공연이 이번에 다시 한국을 찾는데 큰 작용을 했나?
물론이다.지난번 공연에서 너무 큰 환영을 받았고 그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꼈다.그래서 다시 공연을 위해 올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즉시 그렇다고 대답했다.공연장이 따뜻함으로 가득한 것을 너무나도 명백하게 느꼈다.그 어떤 아티스트든 자신의 작업이 사람들과 통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그 곳으로 끌리기 마련이다. 서울이 그런 곳이었다.다시 초청이 되어 너무 기쁘다.
-당신에겐 이미 ‘프레임즈’라는 훌륭한 밴드가 존재하고 있다.’스웰 시즌’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스웰 시즌이 정식 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그렇다.스웰 시즌 앨범을 하나 더 만들어 놨다.올 8월에 발매될 예정인데 결과에 만족해하고 있다.그래서 올해는 스웰 시즌으로 계속 활동할 예정이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가 오면 다시 프레임즈로 활동하겠지만 지금은 스웰 시즌과 함께 해야 하는 순간인 것 같다.
-그렇다면 곡을 쓸 때 프레임즈를 위한 곡,스웰 시즌을 위한 곡의 구분이 이루어지는 편인가?
미리 정해놓고 작업을 하진 않는다.창의력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곡을 쓰고 나면 그 곡이 어디에 더 어울리는지 곡 스스로 알려준다.현재 쓰고 있는 곡들은 스웰 시즌에 적합한 곡들이다.마르케타와의 작업은 내 작사·작곡에 무언가의 변화를 가져다주었다.그녀는 송라이터로서 나의 또다른 면을 꺼내준 듯하다.그리고 내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노래 부르는 것이 더 편하다.송라이터로 산다는 것은 벌거벗은 채로 안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무대에서 당신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뭉클해질 때가 많다.노래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것보다 더 깊이 들어가 그 사람의 삶의 길까지 바꿔 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청소년이었을 때 레너드 코헨의 음악을 들으면서 내 삶이 지금과 똑같지 않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의 음악을 들으며 삶을 진정으로 겪으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책이나 영화에서 간접적으로 느낄 것이 아니라 직접 나서서 한 나라를 방문하고,그 땅을 걸어보고,나무 밑에서도 자보고,1년에 한번쯤은 밤에 연인과 약속을 잡아 만나서 사랑의 노래를 불러주고….이러한 경험들을 음악으로 만들면서 자신의 존재를 하나의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나는 이것을 레너드 코헨을 들으며 깨달았고,그의 음악은 그렇게 나의 인생을 영원히 바꿔놓았다.나는 음악,시뿐아니라 그 모든 예술은 한 사람의 마음과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 당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용기와 존재성과 정직함이다.용기가 필요한 이유는 자신을 그 곡에 쏟아부어 자신이 웃음거리가 될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존재성은 자신이 창조한 곡에 100% 존재할 수 있다면 자신의 본능이 강할 것이고 논리가 아닌 진실에 의해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논리 또는 진실, 어떤 것을 기반으로 하여 선택을 하는 것은 큰 차이점을 가져다 줄 수 있다.그리고 정직함이 필요한 이유는 좋은 예술의 기반은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의 진정한 욕망을 표출할 수 있는데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진실되기 위한 용기는 어떤 자유로움을 준다.그리고 자아를 초월할 수 있는 가능성도 준다.다른 사람들이 내 곡들,내 음악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평가할까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내 스스로를 제한시키고 만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이제 당신은 세계적인 록 스타가 되어가고 있다.한국에도 성공을 꿈꾸는 많은 록 밴드들이 있는데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당신에게 진정하게 느껴지는 것을 하라는 것.아무리 멀리 느껴져도….잘못된 길을 선택하게 될 경우 자신의 본능이 그것을 알려줄 것이다.실수는 얼마든지 해라. 그리고 다시 같은 질문을 되물어보도록 해라.‘내가 진정으로 내 인생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아무리 힘든 상황이어도 이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올바른 길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스웰 시즌의 공연을 기다리고 있을 한국 팬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감사하다는 말밖엔 드릴 말이 없다.아티스트로서 열정적인 관객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굉장한 일이다.오랫동안 활동을 해 왔는데 가끔 투어를 하면서 힘들었던 때도 많았다.심지어 관객을 찾아다니기까지 했어야 했다.그래서 영화 ‘원스’를 뒤따라온 행운에 대해 매우 감사해하고 있다.정말로 나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은 경험이었고,현재 매우 즐기고 있다.그러므로 다시 한 번 ‘원스’와 프레임즈와 스웰 시즌을 만들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길고 긴 길을 걸어가면서 많은 곳들을 들르게 됐고 지금은 기분이 최고다.열정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한 한국 관객들을 만날 생각에 묘한 설렘과 기쁨이 교차된다.하하.<끝)
지난 1월 서울 공연 동영상은 대부분 카메라폰으로 촬영한 조악한 것이어서 대신 스튜디오 라이브 동영상을 골랐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