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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F09]연합뉴스:: 바우터하멜 "조상살던 나라서 공연 멋져"

2009-05-22

바우터하멜 "조상살던 나라서 공연 멋져"

2009-05-13




16일 서울재즈페스티벌 관련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17세기 네덜란드인 헨드리크 하멜은 표류 끝에 제주도에 상륙한 후 14년 동안 조선에 억류됐다가 탈출했다. 그는 나중에 이때의 경험과 조선의 풍속을 담은 '하멜표류기'를 집필해 유럽에 한국의 존재를 알렸다.

이로부터 350여 년 후 헨드리크 하멜의 후손으로 알려진 네덜란드 재즈 가수 바우터 하멜(Wouter Hamelㆍ32)이 자신의 음악을 들고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16일 열리는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다.

13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하멜은 오랜 비행기 여행을 마친 직후지만 시종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경쾌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그가 전형적인 재즈 보컬리스트와 달리 밝은 톤의 팝 재즈를 선보이는 데는 타고난 밝은 성격이 한 몫하고 있는 듯했다.

"제 음악은 재즈 초보자를 위한 음악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어린 친구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가벼운 음악이지요. 제 음악을 통해 마일즈 데이비스 같은 정통 재즈로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2005년 네덜란드의 한 재즈보컬리스트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그는 2007년 데뷔 음반 '하멜'로 주목받았다. 재즈의 기초 위에 대중적인 팝 멜로디를 덧붙여 사랑받았으며 '브리지'(Breezy), '애즈 롱 애즈 위어 인 러브'(As Long As We're In Love) 등을 히트시켰다.

"또 제 음악은 자유롭습니다. 사실 특정 스타일로 규정하기가 쉽지 않지요. 굳이 정의한다면 싱어송라이터 음악이라고나 할까요. 엘튼 존, 조니 미첼 등처럼 여러 장르에 걸쳐 여러 음악을 다양하게 하고 싶어요."

최근에는 2집 '노바디스 튠'(Nobody's Tune)을 발표했다. 그는 '인 비트윈'(In Between), '원 모어 타임 온 더 메리 고-라운드'(One More Time On The Merry Go-Round) 등이 수록된 이 음반에서 부드럽고 매력적인 목소리를 선보이고 있으며 특유의 재즈 느낌도 잘 살렸다.


"1집에 비해 어쿠스틱한 면을 강조했어요. 특이한 악기도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음색이 확실히 다를 겁니다. 덜 대중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제 개인적인 이야기는 더 많이 담았지요. 제목은 '주위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에 대해 신경 쓰지 말고 창의적으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는 고등학생 때 참여한 한 공연을 계기로 전문 음악인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제프 버클리의 '할렐루야'를 불렀는데 모든 관객이 일어나서 박수를 치는 것을 보고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 이후 음악 학교를 다니며 재즈를 전공분야로 정했다.

"저는 처음에는 재즈의 악보조차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 수준이었지요.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악기 연주를 비롯해 뛰어난 실력을 보였어요. 재즈를 제대로 한 번 배워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엘라 피츠제럴드, 사라 본 등 유명 재즈 가수의 곡을 들으며 재즈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도 재즈페스티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재즈 느낌이 강한 곡을 무대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그러면서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뮤지션의 이름을 열거하며 소감을 전했다.

"마들렌 페이루는 저에게 우상에 가까운 분이이에요. 신작에서 곡 대부분을 직접 작사ㆍ작곡했다는데 뛰어난 뮤지션입니다. 또 오마르 소사는 제 밴드 멤버로부터 대단한 분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인코그니토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인기를 얻은 밴드인데 저는 이 밴드의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고 할 수 있지요."

수려한 외모 덕에 여자 팬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외모 때문이라도 내 음악에 관심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라며 "하지만 내 음악이 좋지 않았다면 내 인기는 벌써 없어졌을 것이다. 나는 내 음악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대한 느낌에 대해서는 "첨단 기술이 발달한 곳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에 오기 전 인터넷을 통해 청계천 관련 사진을 봤는데 무척 놀랐다. 꼭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멜표류기'를 쓴 헨드리크 하멜와 관련해서는 "아주 먼 조상분은 맞는데 그것을 증명할 가계도 같은 것은 없다"며 "'하멜표류기'와 관련한 스토리를 듣고 할아버지에게 여쭤본 적도 있다. 조상이 한 때 살았던 나라에서 공연하게 된 것은 멋지고 특별한 일"이라며 웃었다.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