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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한겨레:: 마니아여 ‘기’ 통할 준비 됐는가

2009-05-22

마니아여 ‘기’ 통할 준비 됐는가

2009-05-05

[한겨레] 16·17일 야외공연 하는 이승환

“작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무대에 깜짝 게스트로 선 적이 있었는데 그 야외무대가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꼭 야외에서 단독 공연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12월부터 준비해온 거죠.”

가수 이승환(44)은 5월 16, 17일 올림픽공원 내 야외 수변무대에서 열리는 콘서트의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야외공연은 작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오리지널 이승환’ 콘서트의 일환이다. ‘오리지널’이란 제목은 매번 공연에서 새로운 편곡과 연주를 들려준 것과 달리 원곡 그대로의 느낌을 전해주겠다는 취지에서 붙여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선 조금 성격을 달리할 거라 한다. 그래서일까? 공연 제목 앞에는 ‘말랑하고 몽롱하여 고상하게 그럴싸한’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서울 올림픽공원 수변무대에서 장기하·하림 등과 협연도

용산유가족돕기 공연 출연 자청 “난세가 사람을 철들게 해”


“연말에 하는 큰 공연에는 제 음악을 크게 좋아하지 않아도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지금까지의 ‘오리지널’ 공연이 그런 분들을 위한 ‘영업’ 성격이었다면 이번 공연은 제 음악을 계속 들어온 마니아들을 위한 자리예요. 음악적으로 갈증이 날 때 이런 공연을 한 번씩 하는데, 하림이나 장기하 같은 친구들을 초대해서 같이 협연하는 이유도 새로운 자극을 받기 위해서예요.”

이번 공연에는 이승환의 노래들뿐 아니라 전제덕의 하모니카 연주, 세계 각국의 30여 가지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하림의 민속악기 연주, 그리고 장기하의 타악기 연주와 함께하는 색다른 협연도 준비되어 있다. 또한 록 밴드 부활의 드러머인 채제민이 이승환 밴드의 드러머와 함께 트윈 드러머 형태로 함께 뛰어놀 수 있는 ‘환장 레퍼토리’도 선보일 예정이다. 야외무대이다 보니 이승환 하면 떠오르는 화려한 무대연출보다는 최대한 자연친화적으로 꾸미고 좀더 음악적인 부분에 치중할 것이라고 한다.


공연에 대한 얘기는 곧 새 앨범 얘기로까지 이어졌다. 그는 9집 <환타스틱>(Hwantastic)을 끝으로 정규 앨범을 발표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번복한 상태다.


“앨범이 아니면 제 음악을 표현할 수가 없겠더라구요. 저에겐 앨범이란 게 1년여 동안 있었던 저 자신의 일들을 기록하는 건데, 그걸 요즘처럼 한두 곡짜리 디지털 싱글로 내야 한다면 저 같아도 뜨기 위한 멜로디만을 만들고 ‘후크’를 만들려고 노력할 것 같아요.”

새 앨범에 대해 아직 특별한 계획을 세워놓지는 않았고 “음악 많이 듣고, 책 많이 읽고, 영화 많이 보면서 생각이 쌓일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최근 이승환은 용산참사 유가족 돕기 콘서트에 참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애초 명단에는 없었지만 공연 소식을 듣고 본인이 먼저 연락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데뷔 이후 정치·사회 문제에 크게 참여해온 뮤지션이 아니었기에 더 의외였다. 용산참사 유가족 돕기 콘서트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그는 “난 정치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인형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며 “난세가 사람을 철들게 만드는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로 얘기를 시작했다.

“일단 너무 슬펐다는 거예요. 계속 되새기면서 남들보다 잊지 않았다고 할까. 인터넷에서 소식을 듣고 먼저 연락을 취해서 하게 됐는데 주위 분들이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구요. 근데 전 걱정한다는 자체가 너무 웃긴 거예요. 우리는 분명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 한다고 배우면서 커왔는데 ‘그 공연이 이웃을 돕는 것 말고 무슨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니까 그 현실이 참 웃기더라구요.”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기 전 라이브 콘서트라는 게 가수 이승환에겐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그는 ‘소통’이란 말을 사용했다. “제가 보통 집에만 주로 있거든요. 근데 라이브 콘서트를 하면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라이브 콘서트를 ‘기(氣)의 소통’이라고 생각하는데, 저에겐 회춘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에요. 공연장에 온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주면 전 그만큼 많이 ‘점프’할 수 있어요.”

글 김학선 객원기자 studiocarrot@naver.com, 사진 프라이빗 커브 제공, <한겨레>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