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앤 조이>[AM7] 이승환 “재미없는 공연 그건 죄악이죠”
2009-05-04
TV에 매몰돼 있는 10대들은 가수 이승환(44)을 여전히 이승철로 알고 있다. TV 매체 등을 포기한(?) 이승환 대신 자주 얼굴을 비치는 이승철 때문에 얼굴과 이름, 히트곡까지 비슷해보이는 그와 헷갈린 것. 한번은 치과를 갔더니, 여자 치과의사가 “이승철씨, 고맙습니다”라고 해 무안했던 기억도 있다.
몇 년째 주력 홍보 매체인 지상파 방송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이승환은 그러나 무대에선 이승철 이상의 티켓 파워와 특기를 발휘한다. 평균 3시간의 발라드와 록을 넘나드는 광활한 음악 장르를 솎아내는 그의 능력 앞에선 모두가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다. 한때는 국내에서 가장 구하기 어렵다는 12월31일 체조경기장 무대를 여러 차례 독차지하기도 했다.
“몇 년 전 8, 9개월 쉰 적이 있었는데, 밴드 멤버들이 ‘생활이 어렵다’며 탈퇴하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음, 그렇다면 원없이 공연을 해주마’라고 생각을 바꿔 먹었죠. 그렇게 하다보니 매달 릴레이처럼 공연을 하고 있어요.”
큰 무대에만 주로 섰던 그가 5월16∼17일 서울 올림픽공원 야외 수변무대에서 아주 특별한 콘서트를 준비했다. 2000명 규모의 소박한(?) 무대는 그의 체질이 아니지만, 이번 무대를 바라보는 그의 태도는 아주 남다르다.
“브라스(트럼펫 등 관악기) 3명, 스트링(오케스트라) 8명, 밴드 8명 등 연주팀만 모두 19명이에요. 단출할거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으려고요. 수없이 공연을 하지만, 매번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어떤 면에선 마니아들이 더 좋아할 수도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여행같은 콘서트가 될 거예요.”
이승환의 콘서트는 1년 주기로 따져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차카게 살자’란 제목으로 이뤄지는 자선공연, 연말에 쇼 타입으로 꾸미는 연말공연, 클럽에서 록 음악을 위주로 하는 ‘돌콘’ 등이 그것. 이번 무대는 연중에 하는 음악만으로 이뤄지는 ‘음악회 시리즈’ 중의 하나. 특이한 건 이번 무대 바닥에는 카페트를 깔아 진동을 최소화한다. 그는 “아티스트중에 아마 최초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음악적으로 보이기위해 나름 신경을 많이 썼다”고 웃었다.
이승환의 공연은 꼼꼼하기로 유명하다. 몇 년 전 한 방송 인터뷰에서 그는 “코러스 한 부분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땐 무대 공포가 많아서 그랬어요. 실수하면 안된다는 부담감이 많았던 때였죠. 하지만 지금은 노래를 하면서 논다고 생각하니까, 사운드에 대해 많이 관대해진 편이에요.”
하지만 아직까지 그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한가지는 ‘무대 매너’다.
“공연이 재미없는 건 죄악이라고 생각해요. 폭죽이 터지고, 휘황찬란한 무대를 만드는 것 보다 밴드의 기나 액션으로 해결을 봐야 진정한 재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전 이 나이에도 매번 뛰죠. 허파가 찢어질 정도로 뛰어요. 그래서 멤버들에게도 그렇게 얘기해요. ‘정교한 연주는 좀 양보하고, 액티브하게 움직이라고’말이에요. 기가 없는 공연은 필요없거든요.”
로맨틱한 노래를 싫어하고, 강요된 로맨틱은 더욱 싫다는 이승환. 그래도 이번 무대에선 슬픔으로 가장한 로맨틱한 노래들을 많이 골랐다고 한다. 게다가 그의 공연에선 만나기 어려운 게스트들도 여럿 참여한다. 오프닝을 책임지는 W&Whale을 시작으로 전제덕, 하림, 장기하 등이 이승환과 알싸하게 호흡을 맞출 예정.
“이번 공연은 완전 자유롭게 할 생각이에요. 과자를 먹으면서 사진도 찍으면서 관람할 수 있으니까, 우리 한번 재미있게 놀아봐요.” 02―563―0595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