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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뉴스엔 |‘환타스틱 20년’ 이승환에게 OO란?(인터뷰)

2009-11-06

‘환타스틱 20년’ 이승환에게 OO란?(인터뷰)



[뉴스엔 박세연 기자]


1989-2009. 늘 푸른 소나무처럼 만년 소년일 것만 같던 그가 데뷔한 지 어느새 20년이란다. 스물넷 푸릇한 나이에 가요계에 데뷔했으니 빼도박도 못하는 '불혹' 그 이상의 나이에도 불구, 여전히 개구진 입담으로 대화를 쥐락펴락 하는 이승환. 그뿐이랴. 이제는 굳이 수식어를 붙일 필요조차 없는 '라이브 황제'답게 그의 진가는 역시 공연 무대 위에서 폭발적으로 발현된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또 여전히 진화 중이기에 단지 20년의 기간 안에 한정지을 수 없는 괴물같은 그는, 수많은 명곡들로 대중을 울고 웃게 한 그의 음악세계는 어느새 전설이 돼 '환타스틱 프렌즈'와 함께 돌아왔다.

유희열 윤도현 타이거JK 아웃사이더 조권 W&웨일 호란 MC스나이퍼 등 세대를 아우르는 뮤지션들이 참여한 헌정음반 '환타스틱 프렌즈'는 이승환 그 자신에게도, 그리고 팬들에게도 커다란 선물이다. 정말로 '환타스틱'한 그가 들려주는 네 가지 이야기. 이승환에게 OO란?


# 이승환에게 콘서트란?

음... 늘 놀이터같이 됐으면 좋겠다 생각해요. 평소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화장실 들락날락거리기 일쑤고, 늘 그렇게 긴장을 많이 하는 게 콘서트인데 그런데도 끝내고 나면 잘 놀았다는 생각이 들곤 하죠.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하드팀이니 밴드니 모든 걸 다 관장해 하느라 할 때마다 '때려치워야지' 생각하곤 하는데, 끝나고 나면 스멀스멀 올라오는 중독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못 끊고 있다가, 본격적으로 공연을 즐기기 시작한 게 2년 전이었죠. 무대 위에서도 덜 떨고, 자신감도 붙고. 어우, 내가 노래를 곧잘 하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웃음) 요즘은 연출 아이디어만 내면 하드팀들이 거의 구현해주는, 세분화 돼서 해주는 식으로 돌아가다 보니 예전보다 크게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은 없는 것 같아요.

(어휴, 힘들지 않으세요?)육체적으로 힘든 건, 노화의 한 부분이니 어쩔 수 없고. 하지만 팬들의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하하. 이제 팬들은 세 시간 해도 힘들어 하던걸요. 그 모습을 보면 서글프고 짠해져요. 우리가 참, 새로운 10대층의 유입이 필요한 시기라... 한 1,000명에 한명 꼴로 10대 팬이 와요. 그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주위에서 '이승환이 누구야' 이런다 하대요. 웬만하면 말을 잘 안 놓는데, 한두 명 안되는 애들이니까 스포트라이트 가게끔 제가 잘 해주죠. '심장병' 같은 경우도 아웃사이더 신곡으로 알고 있더라고요.

(그럼 팬 층을 보다 넓히고 싶은 욕심도 드시겠어요.) 특별히 많이 넓히고 싶진 않아요. 지금 정도가 딱 좋은 것 같아요. 연말에 올림픽공원에서 6년 연속으로 공연하는 게 유일무이하다 하더라고요. 경기장에서 할 수 있는, 그런 관객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히트곡도 없는데(웃음) 올 연말 공연도 제일 잘 나간다 하더라고요. 표가 없어서 못 오는 사태가 왔으면 좋겠어요. 하루 연장? 좋죠. 하지만 기획사에선 하루 연장되는 걸 두려워하고 있던데요.(웃음)

(이승환 콘서트는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요?)음... 40주년 때, 디너쇼인데 쳐달리는(!) 디너쇼 하고 싶다고 얘기하곤 해요. 솔직히 꿈은, 40주년에도 여름 락 페스티벌에 올라가도 어울리는 그런 할아버지가 되고 싶죠. 40주년이 돼도 연말에 꼭 볼 수 있는 공연하는 사람 되는 게 꿈이다.


# 이승환에게 복근이란?

음.............(정적이 이어졌다.) 바다 한 가운데 빠져있는 보물섬? 찾기가 너무 어려워요. 온갖 첨단 기기를 동원해서 노력하면 언젠가 찾겠지만 힘드네요.

(복근을 발견(!)하기 위해 운동은 어떻게 하세요?)일주일에 5일, 하루 세 시간 정도 헬쓰를 하고 있어요. 참을 수 없는 식이요법 하고 있고. 그런데 야식을 많이 먹어요. 인터넷으로 음식 사는 게 취미라 O 식품매장에서 유기농식품도 사고, 일본식품 파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라면이랑 과자 사서 쟁여놓고 먹고...(갑자기 앞에 놓여있던 바나나를 집어든다.) 또 콜라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트레이너가 오면 그것부터 봐요. 냉장고에 뭐가 비었고 줄었는지. 먹을 건 많은데 참아야 하니까 힘든데, 일주일에 하루는 먹게 해주는데 그때 많이 먹죠. 사실 폭식이 더 안 좋은데....(한숨)

* 그는 이번 연말 콘서트에서 복근을 전격 공개하기로 공언했다. 일명 '초콜릿복근'이 베일을 벗을지 기ㄴ대를 모은다,.

# 이승환에게 (음악)장르란?

음...(잠시 생각) 변절자가 누리고 싶은 행복? (왠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실 발라드를 하다 락을 많이 하면서 붙은 별명이 변절자였어요. 팬들 중엔 '난 네 발라드가 좋아 네 앨범을 샀던거야' '음악이 후져졌어'라며 4집 이후엔 듣지 않는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고... 아무튼 4집부터는 발라드고 있지만 락 등등 다양한 음악들을 했었는데. '달라졌다'가 아닌 '후져졌다'는 반응이 나오니 일종의 오기가 생겼달까요? 5집부턴 계속 심화시켜 7집은 아예 2CD로도 하고... 변절자의 호기 혹은 오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당시엔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한다고 생각했었죠. 흥행도 중요하지만 반 발짝 앞서서 팬들을 선도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고, 팬들이라면 내가 하면 들어줄 거라 생각했었죠. 그 과정에서 완성도 떨어지는 것도 분명 있었지만 그러면 다음 앨범에서 그 장르를 더 완성도 있게 만들려는 작업을 했어요. 장르를 거쳐가는 관문 같은 거랄까요? 어떤 의미에서 장르는, 그래. 사망유희 같아요.(사망유희:고(고) 이소룡 유작영화) 원래는 7층 정도까지 있었는데 그가 요절하는 바람에 4층 정도까지 못 마쳤다는데, 나 역시 여전히 정복 못한 장르도 있고... 사망유희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 이승환에게 여자란?

넘사벽. 그래도 지구는 돈다 랄까요? 관계로 인한 아픔 중에 제일 큰 아픔이 역시 사랑의 아픔이었던 것 같아요.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렵고, 다시 그렇게 아플 걸 생각하면 그럴 거 같은데.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처럼, 끝까지 믿음을 가지고 가야만 하는 거, 그게 여자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솔직히 지금도 홀아비 냄새가 나지 않을까 걱정되요.




박세연 psyon@newsen.com


2009-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