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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한국일보 |"마흔다섯 어린왕자 복근 보여드릴게요"

2009-11-06

"마흔다섯 어린왕자 복근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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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음악은 4순위에요. 누구는 음악이 인생의 전부라며 1순위로 꼽는데, 음악밖에 모르는 그 인생이 얼마나 황량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음악은 놀이터가 돼야 해요." 플럭서스뮤직 제공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낸 이승환

이승환이 데뷔 20주년을 맞아 기념앨범 '환타스틱 프렌즈'를 최근 발표했다. 이승환이 작사ㆍ작곡한 '좋은 날2'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등 신곡 2곡과, 1집 '텅 빈 마음'에서부터 8집 '심장병'까지의 히트곡들을 클래지콰이, 윤도현, 김종완, 조권과 웨일 등 후배들이 재해석해 부른 노래들을 담고 있다. 나이 마흔 다섯에도 여전히 '어린 왕자'로 불리는 그를 만나 가수인생 20년을 되짚어 봤다.

1984년 겨울 '가수라는 직업, 괜찮네'

학창시절 이승환은 '조용하고 눈에 절대 띄지 않는'평범한 소년이었다. 1984년 어느 날, 이승환은 '들국화'의 공연을 보았다. "전인권 선배의 노래를 듣고 감동했어요. 그냥 '가수, 괜찮은 직업이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같은 목석을 움직이게 만들었으니까요."

1989년 10월 15일 '친구도 앨범 내는데 나도…'

단짝 친구 오태호가 1988년 먼저 데뷔 앨범을 냈다. 오태호와 이승환은 나중에 프로젝트 그룹 '이오공감'을 결성해 활동하기도 했다. "사실 저는 취미로 노래를 했는데 태호가 먼저 음반을 낸 거예요. 너무 부러웠죠. 그래서 '나도 내야지' 하고 앨범을 만들었어요. 큰 이유는 없었어요." 데뷔 앨범 'B.C 603'을 내면서 "앨범이 망하면 가수를 접겠다"고 아버지께 약속했지만 '텅 빈 마음' 등이 실린 앨범은 '대박'을 쳤다.

1997년 '태어나 처음으로 욕 하다'

태어나 한번도 욕을 하지 않았다는 그가 버럭 화를 냈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콘서트 준비 당시, 공연 기획자가 돈을 떼 먹고 잠적한 것이다."한창 공연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난리가 났어요. 공연 사기가 많을 때였거든요. 주무시는 아버지를 깨워 돈을 얻어서 스피커, 조명 설치 등의 업무를 맡는 공연 준비 업체에 기획자 대신 지불했어요. 리허설을 다시 하는데 화를 참을 수 없어 욕을 막 해 댔죠."

2007년 VS 2008년 잊지 못할 콘서트

'라이브의 황제'는 감동과 굴욕을 경험한 두 번의 콘서트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날짜도 정확히 기억하는 2007년 5월 12일은 그와 팬 모두가 손 꼽는 최고의 무대였다. "잠실주경기장에 1만7,000명의 팬이 왔는데 비가 쏟아졌어요. 영상도 나가고, 조명등도 3분의 2가 깨졌으며, 음향도 망가져 완전히 패닉 상태였죠. 하지만 '죽을 힘을 다하자'며 저와 스태프 모두 똘똘 뭉쳤더니 관객들이 응원해 주셨어요." 그는 그날 무대에서 평소보다 더 많이 뛰고 소리쳤다. 팬들도 비와 눈물 범벅으로 이승환과 하나가 됐다.

반면 지난해에는 '해운대의 굴욕'을 겪었다.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해변 축제에 인순이, 크라잉넛 등과 함께 올랐는데 백사장을 가득 메운 4만명이 미동조차 하지 않은 것. "일곱곡을 불렀는데 마지막 곡을 부를 때에야 살짝 흥분 하더라고요."(웃음)

2009년 12월 24~26일 "웃옷 벗겠다"

이승환은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다. 공연 타이틀은 비운다는 의미의 '공(空)'으로 정했다. "20년 중 19년은 늘 조바심 내고 초조한 마음으로 살았어요. 이제는 모든 것을 비우고 싶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3년 간 거의 집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서 만든 복근을 공개할 예정이다. 힘든 시간을 잊기 위해 그는 운동에 매달렸다고 한다. "종합검진 받으면 늘 '깨끗하게' 나와서 80세 까지는 공연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선 40주년이 되면 록으로 구성된 신나는 '디너쇼'를 하고 싶어요." (02)563-0595

김종한기자 tellm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