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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아시아경제 |데뷔 20주년 맞은 이승환의 3가지 음악 철학

2009-11-06


데뷔 20주년 맞은 이승환의 3가지 음악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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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용성 기자]가수 이승환이 어느덧 음악 생활 20년을 넘기고 있다. 40대 중반을 넘겼음에도 아직까지 ‘어린 왕자’라는 별칭이 따라다닐 정도로 음악과 공연에 젊음을 불사르고 있는 그는 20주년 기념 앨범 ‘환타스틱(Hwantastic) 프렌즈’를 발매했다.

1989년 첫 앨범 ‘BC 603’을 발표한 뒤 20년이 지나는 동안 한결 같은 모습을 보여온 이승환이 굽힘없이 지켜온 음악인생 철학 3가지를 짚어본다.

#부러질지언정 휘지는 않겠다

각종 인터뷰나 방송에서 이승환이 자주 밝혀온 지론은 ‘부러질지언정 휘지는 않겠다’는 것. 마치 조선시대 지조 있는 사대부처럼 보이지만 그는 평소 음악을 만들고 공연을 하는 동안 이를 신조로 삼아 음악생활을 유지해 왔다.

“과거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외압’에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자신의 의지와 다른 방향으로 음악이 기획되거나 제작될 때가 있어 정신적인 혼란을 겪기도 하죠. 저는 그런 분위기에서 빨리 벗어난 경우입니다. 드림팩토리를 직접 설립하고 운영한 것이 바로 그 이요죠. 어쩌면 스스로 고립된 울타리를 치려고 했던 의도인데, 올곧게 음악 활동을 하자는 신념이 담겨 있습니다.”

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로서 독창적인 창작활동을 이어간 이승환은 자신의 뜻을 고집스럽게 밀고나가기 위해 회사를 차렸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언제나 ‘갑’의 입장에서 주축이 됨으로써 자신만의 색깔을 버리지 않으려 애썼다. 가수가 경영까지 관여해야 하기 때문에 그는 이런 결정에 대해 ‘뿌듯한 후회’라고 표현했다.

#민폐를 끼치지 않는 삶을 살겠다

이승환은 음악만이 아니라 평소 생활에서도 주위에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래서 가급적 집 밖을 나가지 않는다. 장난감이나 게임, 심지어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집에서 혼자 지낼 수 있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불편한 것도 없다.

“음악 작업을 하거나 단순히 사람들을 만날 때도 타인을 불편하게 할까봐 조심하는 편이에요. 뭔가 부탁하려고 하면 폐 끼치는 것 같아 괜히 미안하더라고요. 이번 데뷔 20주년도 그냥 넘어가려 했죠. 생일도 잘 안 치르는데 기념 앨범 만들려고 하면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칠 수 있잖아요.”

어찌 보면 병적이다 싶다. 평소 생일상도 잘 차리지 않는다. 물론 지인들과 생일파티도 잘 안 한다. 생일이 12월인데다가 매년 연말 콘서트와 겹쳐 따로 생일잔치를 벌일 수가 없다. 무엇보다 스스로 생일을 알리고 누군가를 초대하면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민망하다.

이승환은 공연 전 3개월 정도는 술을 마시지 않고, 공연 준비와 관련한 미팅 외에는 개인적인 약속조차 줄이는 등 가급적 사람들과의 만남도 자제한다. 공연에 몰두하는 차원이기도 하지만 대중에게 가장 좋은 공연을 보여주기 위한 프로다운 근성이다.

이번 20주년 기념 앨범에 참여한 후배들에게도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어떤 간섭도 하지 않았다. 선곡부터 편곡 방향까지 모두 각자 알아서 했다. 그저 고마운 후배들에게 각각 다른 선물을 전했을 뿐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인세 수익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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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자체는 몰라도 공연만큼은 내가 최고다

음악은 잘 나오기도 하고 안 나오기도 한다. 결과물에 대해 만족스럽기도 하고 불만스럽기도 하다. 음악의 완성도와 대중적인 인기도는 앨범이 나와 봐야 알고, 절대적인 평가를 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승환은 “음악은 몰라도 공연만큼은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며 준비한다. “제가 꾸미는 무대, 혼신의 힘을 쏟아내는 공연에 대해서는 물러설 수 없습니다. 저 스스로 최고라고 생각하면서 해왔어요.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해도 좋지만 공연 전 준비기간 동안 모든 것을 무대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89년 1집 ‘BC 603’으로 데뷔한 이래 음반 판매와 공연 관객수 등 수많은 기록을 세우며 ‘라이브의 황태자’로 군림한 그에게 콘서트는 생명과도 같은 것. 콘서트를 위해 1년을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년 동안 수많은 공연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처음처럼 새롭게 준비하는 태도는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의 콘서트에 대한 열정은 어떤 가수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 공연 퀄리티는 자신이 최고라고 여기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서 비롯됐지만 그런 마인드가 웰메이드 공연을 만든 것 또한 사실이다.

문용성 기자 lococo@asiae.co.kr

2009.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