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 앞에서 첫 공연, 마지막 만석에 벅차"
[아시아경제 문용성 기자]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가수 이승환이 그동안 가장 가슴 벅찬 순간으로 19년 전 첫 콘서트를 꼽았다.
1989년 첫 앨범을 발표하고 활동을 시작한 이승환은 이듬해 객석 200석 정도 되는 소극장에서 첫 콘서트를 가졌다. 그는 그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요즘에는 가수가 음반을 내면 2~3개월 안에 반응이 나타나잖아요. 당시는 좀 느렸죠. 특별한 홍보 활동도 따로 없었을 때니까요. 데뷔한 지 1년 만에 입소문을 타고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1990년 7월 25일 첫 무대에 올랐는데 관객이 7명뿐이었죠. 우리 공연 멤버보다 적은 수였어요.”
관객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서 어찌 보면 처참한 순간이었을 터.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의 머리와 손으로 기획하고 준비한 공연에 썰렁한 객석이라니 처음이라고 넘어가려 해도 마음 한구석이 아릴 법하다.
“하지만 공연 마지막 날에 신기하게도 소극장 200여 석이 꽉 찼어요. 생애 가장 벅찬 순간이었죠. 조금씩 늘어나는 관객을 보면서 힘을 냈고, 결국 만석이라는 결과를 얻었을 때 큰 희망을 얻었어요. 요즘에는 1만 석 규모의 큰 공연에서 많은 관객들과 호흡을 같이 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그때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어요.”
20년이란 세월을 최고의 라이브 가수로 살아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그는 좋은 시기에 시작한 것을 든다. 90년대 대중음악 분위기가 자신의 도전적인 활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조성됐기 때문. 대중은 록이든 댄스든 발라드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겼고, 뮤지션 역시 폭넓은 시도를 이어갈 수 수 있었다. 매번 신선한 음악을 내놓기 위해 도전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그에게는 황금기였다.
“데뷔 초기 어떤 음악을 하든 다행히 대중들이 잘 받아줬기 때문에 계속해서 다른 시도를 할 수 있었어요.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제가 하고 싶은 도전을 맘껏 할 수 있을 때였죠. 그러다 보니 어떤 이들은 제 음악을 ‘만물상’ 같다고 해요. 이런 도전을 지금 시작했다면 아마 자리 잡기도 힘들었을 겁니다.”
이승환은 주류에 있으면서도 아웃사이더로 살아왔다. 대중을 향해 있으면서도 고유의 색깔을 내기 위해 애썼다. 이는 ‘대중의 구미를 맞추는 것은 좋긴 하지만 이미지에 발목이 잡히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 지난 20년 동안 그가 직접 앨범을 기획, 제작하고 콘서트까지 자신의 의지로 해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27일 20주년 기념 앨범 ‘환타스틱(Hwantastic) 프렌즈’를 발매한 이승환은 오는 12월 24~26일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릴 ‘이승환 20주년 기념 크리스마스 콘서트’ 개최 준비에 한창 바쁘다. 아울러 내년에는 정규앨범 10집을 완성할 계획. 그는 “이번에는 바라라드를 배제하고 전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볼 생각”이라고 못 박았다.
문용성 기자 lococo@asiae.co.kr
2009.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