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마음’ 등 수많은 히트곡
90년대 문화적 감성 이끈 아이콘
유희열ㆍ타이거JK 등 화려한 피처링
“헌정앨범은 절대 아니랍니다”
가수 이승환이 지난 15일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마냥 가요계의 ‘어린 왕자’일 것 같은 이승환이 진짜 ‘성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27일 데뷔 20주년 기념 음반 ‘환타스틱(Hwantastic) 프렌즈’ 출시를 앞두고 만난 이승환은 여전히 불혹을 넘긴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동안의 얼굴을 지니고 있었고, 또 천진난만함이 묻어났다.
“앨범을 내려고 17군데의 음반회사를 찾아다녔어요. 돌아온 건 ‘퇴짜’였죠. 그래서 결국 아버지께 미리 물려받은 ‘유산’ 500만원으로 직접 음반을 데뷔하기로 결심했어요. 그렇게 탄생한 음반이 1집 ‘B.C 603’이었죠. 1989년 10월 15일.”
“앨범 내고 10개월쯤 지났을 때였죠. 지금도 날짜가 기억나요.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니까요. 90년 8월 30일로 기억되는데 지금은 없어진 신나라 라이브홀에서 열린 제 장기 공연의 마지막 날이었어요. 한 달 반을 계속한 공연이었거든요. 꿈인지 생시인지, 마지막 날 공연이 처음으로 만석이 된 거죠. 물론 200석의 작은 공연장이었지만요. 공연만 신경 쓰느라 저희만 몰랐던 거예요. ‘텅빈 마음’이 가요 차트 1위에 올랐다는 걸요. 첫날엔 관객이 얼마나 들었는지 아세요? 7명이요. 우리 밴드가 스태프까지 합치면 9명이었는데 말이죠.”
시쳇말로 ‘텅빈 마음’이 제대로 터진 것이다. 수만명 앞에서 단독 콘서트를 수십차례나 한 이승환이지만 그날의 감동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저 앞으로는 후배 양성은 안 해요. 하하. 지금은 회사에 소속 가수라곤 저밖에 없는 걸요. 직원은 달랑 5명이고요. 스튜디오를 만들고 나서부터 계속 적자가 나고 있어요. 그간 까먹은 돈만 20억원이 넘을 걸요. 그래도 후회한 적은 없어요. 너무 힘들어서 후배 양성은 안 하지만 스튜디오는 계속 할 거예요. 요즘엔 특히 MP3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우리처럼 사운드를 고민하는 스튜디오는 더 어려움을 겪어요. 그대로 스튜디오만은 못 버리겠더라고요.”
그래서 20주년 기념 음반은 이승환과는 친구인 김병찬이 대표로 있는 ‘플럭서스 뮤직’이 기획ㆍ제작을 맡았다.
‘플럭서스 뮤직’은 호란과 알렉스가 속한 클래지콰이 프로젝트와 러브홀릭스, W&Whale 등이 소속된 레이블. 이승환은 자신의 20주년 기념 앨범에 담길 신곡 2곡을 제외하고는 선곡부터 편곡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이번 앨범은 이승환에게 ‘드리는’ 선물 같은 앨범이다. 평소 이승환과 친분이 두터운 후배들이 참여해 완성한 ‘환타스틱 프렌즈’는 ‘심장병’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덩크슛’ ‘텅빈 마음’ ‘크리스마스에는’ 등 히트곡 8곡을 유희열 윤도현 이하늘(DJ DOC) 타이거JK MC스나이퍼 호란 알렉스 김종완(넬) 아웃사이더 윤건 윈디시티 조권(2AM) 등이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재해석해 부른 점이 특징.
“플럭서스가 가장 적합할 거라고 생각했죠. 제가 먼저 김 대표에게 제안한 거예요.”
그는 이번 음반이 ‘트리뷰트(헌정) 형식의 앨범’은 절대 아님을 강조했다. “그냥 모두에게 선물같은 앨범이죠. 아직 ‘트리뷰트 앨범’을 받을 자격이 안 되니까요. 앞으로 20년이 더 지나면 그때 후배들에게 헌정 앨범 하나 만들라고 강요하려고요.”
이승환은 팬들을 위한 선물을 어김없이 올 크리스마스에 준비한다. 12월 24~26일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20주년 기념 무대에 다시 오르는 것. 이번에는 13인조 브라스빅밴드와 함께다. “자랑거리라고는 미술팀만 따로 3팀을 뒀고, 영상팀도 3팀으로 나눈 점이라고 해야 할까. 공연을 위해서 특수기타를 제작할 예정인데 제작비용만 1000만원이 넘어요. 또 특수구조물을 제작해 선보일 계획이거든요.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언제까지 ‘어린 왕자’로 남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는 “기자분께서 안 쓰면 돼요”라며 맞받아친다.
그에게는 이미 자신이 새롭게 붙인 별명이 있다고. “‘페로몬의 왕’입니다. 제가 아무래도 페로몬이 부족해서 제 옆에 여자가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 절 ‘페로몬의 왕’을 불러주세요. 하하”
홍동희 기자/mystar@heraldm.com
2009-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