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선글라스와 지팡이가 없으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그녀지만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자유로웠다.
16일 밤 서울 신촌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펼친 미국의 재즈 싱어송라이터 멜로디 가르도트(25)의 첫 내한공연은 그녀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오롯하게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가르도트는 19세 때 교통사고를 당해 골반과 척추, 신경까지 손상되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특히, 머리 부분을 크게 다쳐 기억력에 큰 문제가 생긴 탓에 장기간 병원 치료를 받았다.
와중에 담당의사가 뮤직 테라피를 제안, 가르도트는 병상에서 기타를 배우고 곡을 만들게 됐다. 2008년 병상에서 쓴 곡을 담은 데뷔 음반 ‘워리섬 하트(Worrisome Heart)’가 빌보드 재즈 차트 2위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여성 스티비 원더’라 통하는 가르도트는 눈이 빛에 과민해져 늘 선글라스를 끼고 지팡이에 의지해서 걷지만, 누구보다도 서정적인 음악을 만들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뽐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날 공연의 첫 곡은 지난해 발매한 두 번째 음반 ‘마이 원 & 온리 스릴(My One & Only Thrill)’의 수록곡 ‘더 레인(The Rain)’이었다. 한국이 첫 방문인데 전날 많이 내린 비가 인상적이었다며 ‘더 레인’을 감성 깊게 소화해냈다.
이어 ‘베이비 아임 어 풀(Baby I’m A Fool)’, ‘이프 더 스타스 워 마인(If The Stars Were Mine)’ 등 주로 두 번째 음반에 담긴 수록곡들을 선사했다. 이 음반은 발표되자마자 빌보드 재즈 차트 2위, 일본 팝 차트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공연은 이른 나이에 겪은 시련 때문인지 2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연륜이 묻어났다. 음색은 불안함을 동반한 우울함이 느껴졌지만 서정적인 요소도 덧대졌다.
간결하지만 가볍지는 악기 구성도 돋보였다. 주로 피아노, 색소폰(또는 클라리넷), 콘트라베이스, 드럼 등 콰르텟 구성을 취해 음향이 풍성하지는 않았지만 한층 조화로웠다. 그로 인해 자유로운 재즈의 숨결이 더욱 배어나왔다.
가르도트는 직접 어쿠스틱 기타를 치며 드럼 혹은 클라리넷 연주자와 호흡을 통해 조근조근 대화하는 것 같은 연주도 선보였다. 무대 위에서 각도와 면적, 색깔을 달리하며 드리운 조명은 공연에 로맨틱함을 보탰다. 단, 단출한 악기 구성을 커버해줄 스피커 등 사운드 시스템의 기능이 떨어지는 점은 아쉬웠다.
특히, 이날 공연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는 가르도트의 모습이었다. 서정적인 노래를 부를 때의 모습도 그녀다웠지만 리듬과 호흡하며 흥겹게 발을 굴리는 모습도 그녀다웠다. 그렇게 가르도트는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자유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