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야드버즈 출신의 기타리스트들은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하는 족적을 남겼다. 지미 페이지는 전설의 그룹 레드제플린을 통해 하드록의 교본을 완성했고, 에릭 클랩튼은 블루스를 바탕으로 인간미 넘치는 선율을 선사했다. 국내에선 비교적 덜 알려진 제프 벡(66)은 실험과 진보로 채색된 연주로 시대를 앞서간 기타리스트로 추앙받았다. 일본 평론가들은 이 걸출한 야드버즈 출신의 감각있는 뮤지션들을 향해 과감히 ‘세계 3대 기타리스트’란 명칭을 부여했다.
‘코즈 위브 엔디드 애즈 러버스’(Cause We’ve Ended as Lovers)란 단 한곡으로도 깊이있는 연주의 세계를 알 수 있는 벡이 드디어 첫 내한공연을 펼친다. 3월20일 오후 7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이 역사적인 무대는 기타 연주의 내공을 샅샅이 눈과 귀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음악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고있다.그의 내한 소식에 국내 뮤지션들은 잇따라 극찬의 멘트를 쏟아냈다. “3대 기타리스트 중 연주로는 단연 제프 벡이 최고다”(배철수) “살아있는 전설”(부활의 김태원) “그의 공연을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이다”(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그의 내공을 직접 느낄 수 있다니 벌써부터 떨린다.”(이적)
벡은 블루스를 기본으로 재즈, 사이키델릭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자신만의 음악을 추구해왔다. 특히 퍼즈(Fuzz)나 피드백(Feedback) 같은 날카롭고 여운있는 사운드를 보편화했고, 록에 인도 음악의 선율을 도입하는 등 실험적인 연주를 이어왔다. 비틀즈의 제작자 조지 마틴과 작업한 벡의 첫 솔로 앨범 ‘블로우 바이 블로우’(Blow by Blow·1975년)는 연주 음반 사상 최초로 빌보드 앨범 차트 2위에 오르며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지금까지도 이 앨범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기타 연주 앨범 1위를 기록하고 있다.제44회(2002년)와 제46회(2004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록 연주 상을 받기도 한 벡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4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이번 공연에서 그의 연주는 머리와 가슴이 만들어낸 선율의 조합이 어떤 감동을 주는지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02―563―0595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