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닷컴 | 김지혜기자] 무대 위에서 연주되는 악기라고는 기타 2개, 피아노 1대가 고작이었다. 통기타를 맨 두 남자는 서로를 마주보며 리듬을 맞췄고 목소리를 더해 절묘한 화음을 만들어냈다. 관객들은 두 사람이 빚어내는 마법과 같은 선율에 취해 2시간 내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4일 오후 6시 서울 방이동 올림픽 공원 올림픽홀에서 노르웨이 출신의 포크 듀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의 내한공연이 열렸다. 세번째 내한인 이번 공연은 5년 만에 발표한 신보 '디클러레이션 오브 디펜던스(Declaration Of Dependence)' 발매를 기념해 열린 것이었다.
두 멤버 얼렌드 오여(Erlend Oye), 아이릭 글람벡 뵈(Eirik Glambek Boe)는 2시간 동안 어쿠스틱 선율로 마법을 부리듯 연주와 노래로 관객을 홀렸다.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가 만나 빚어내는 선율은 감미로우면서도 담백했다. 두 멈버는 때로는 서로의 반주자와 되고 때로는 목소리가 돼 환상적인 하모니를 선사했다.
공연 초반은 새 앨범에 수록된 신곡을 연이어 부르며 부드럽고 잔잔하게 이끌어갔다. '마이 쉽 이즌트 프리티(My Ship Isn’t Pretty)'로 포문을 연 뒤 '24-25'를 들려줬다. 중반부로 갈수록 팬들의 귀에 익숙한 곡들이 흘러나왔다.
2001년 내놓은 '콰이어트 이즈 더 뉴 라우드(Quiet Is the New Loud)'에 수록돼 히트한 '아이 돈트 노우 왓 아이 캔 세이브 유 프롬(I Don’t Know What I Can Save You From)'을 비롯해 이번 앨범의 히트 싱글 '미시즈 콜드(Mrs. Cold)'와 '보트 비하인드(Boat Behind)'를 연이어 불렀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곡은 한국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노래로 꼽히는 '아이 레더 댄스 위드 유(I'd Rather Dance With You)'였다. 이 노래는 오프닝을 장식했던 게스트 '브로콜리 너마저'와 함께 하는 깜짝 무대로 진행됐다. 보컬 덕원과 드러머 류지를 무대로 불러낸 뒤 합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고 어깨를 들썩이는 경쾌한 춤사위도 곁들였다.
후렴구에서 얼렌드가 즉흥적으로 휘파람 소리를 내자 관객이 따라하는 독특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가수와 관객이 만들어낸 절묘한 화음은 연출되지 않은 것이기에 감동이 더해졌다. 준비한 노래를 모두 마치고 두 멤버가 무대 뒤로 사라지자 팬들은 당연하다는 듯 앙코르를 외쳤다.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얼렌드와 아이릭은 무대 밖으로 다시 나왔고 팬들을 향해 "어떤 노래를 듣고 싶냐"고 물었다. 팬들의 목소리를 경청한 뒤 들려준 앙코르 곡은 '홈 씩(Home sick)'이었다. 부드러운 기타선율과 감미로운 목소리는 CD에서 듣던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케이멘 아일랜드(Cayman Island)' 등 2곡의 노래를 더 부른 뒤 입술 키스로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들의 공연은 '음악은 소리의 예술'임을 보여준 무대였다. 연주를 뒷받침 하는 요란한 기계음도 아티스트를 비추는 화려한 조명도 없었지만 그 허전함을 어쿠스틱의 매력으로 꽉 채운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는 2001년 '콰이어트 이스 더 뉴 라우드(Quiet Is The New Loud)'로 데뷔했으며 두 번째 앨범 '라이어트 온 어 엠프티 스트리트(Riot On A Empty Street)', 그리고 리믹스 앨범 '버서스(Versus)'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들은 국내에서도 여러 CF의 배경음악으로 쓰이며 이름을 알렸고 2차례의 내한공연을 통해 두꺼운 팬층을 확보했다.
<글=김지혜기자, 사진=프라이빗 커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