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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컬럼 내한공연(사진=프라이빗 커브) |
英 팝재즈 싱어송라이터, 첫 내한공연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검은색의 근엄한 자태를 뽐내는 그랜드 피아노도 젊음과 끼로 똘똘 뭉친 영국의 팝재즈 싱어송라이터 제이미 컬럼(Jamie Cullum) 앞에서는 장난감으로 변했다.
컬럼은 10일 오후 7시 서울 악스홀에서 가진 첫 내한공연에서 발과 엉덩이로 건반을 치고 손으로 피아노 몸체를 퍼커션처럼 두들겨 리듬을 만들어내는 등 피아노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
'신나는 놀이'에 컬럼의 넥타이와 재킷의 단정한 옷차림은 어느새 반소매 티셔츠 한 장과 청바지로 바뀌어 있었고 관객의 옷에도 땀이 흥건하게 배었다.
첫 곡은 미국의 팝가수 리아나의 곡을 리메이크한 '돈 스톱 더 뮤직(Don't Stop The Music)'. 건반을 힘차게 내리치며 흥겹게 노래 부르던 그는 곡 중간에 즉흥 연주를 펼쳐 관객의 큰 환호와 박수를 이끌어냈다.
이어 연주한 '아임 올 오버 잇(I'm All Over It)'에서는 90개에 가까운 피아노 건반이 모자라다는 듯 피아노 밖으로 손을 내밀어 에어 피아노(Air Piano)를 치고, 블랙아이드피스의 '아이 가타 필링(I Gotta Feeling)'을 연주할 때는 목이 부러져라 헤드 뱅잉하며 장난기를 마음껏 발산했다.
잔잔한 도입부의 '애프터 유브 곤(After You've Gone)'은 관객과 함께하는 '두비두바라∼'라는 스캣을 통해 그루브 넘치는 댄스곡으로 바꿔버렸으며, 펑키한 리듬의 '마이 야드(My Yard)'는 "내게 행운이 있기를"이라며 직접 기타를 연주해 공연장의 열기를 고조시켰다.
"여기 온 한국 팬들, 정말 대단하네요. 오늘 기분이 매우 좋아서 저도 공연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어요."
컬럼의 활화산 같은 에너지가 집약된 곡은 바로 '프론틴(Frontin)'이었다.
드럼과 콘트라 베이스, 기타와 관악 세션이 무대 뒤로 잠시 자리를 비우자 컬럼은 비트박스와 피아노 몸체 두들기기로 리듬을 만들어 녹음한 뒤 그 위에 피아노 연주를 얹어 노래하는 원맨쇼를 보여줬다. 말 그대로 리듬과 멜로디가 서로 중첩되고 쌓이는 소리의 난장(亂場)을 관객에게 선물했다.
이 외에도 컬럼은 로맨틱한 선율의 '이프 아이 룰드 더 월드(If I Ruled The World)'와 '포토그라프(Photograph)', '마인드 트릭(Mind Trick)', 라디오헤드의 '하이 & 드라이(High & Dry)' 등을 선사하며 데뷔 앨범 '포이트리스 노스탤직(Pointless Nostalgic)'부터 최근 앨범 '더 퍼수트(The Pursuit)'까지 수록곡을 골고루 들려줬다.
컬럼은 공연 끝에 "오늘 공연 좋았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얘기해주세요. 저 또 올 거니까요!"라고 말했는데, 아무래도 그의 다음 내한공연 때에는 더 큰 공연장이 필요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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