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의 ‘춘희’(심은하)는 말했다. “사랑이란 게 처음부터 풍덩 빠져버리는 건 줄만 알았지. 이렇게 서서히 물들어 가는 것인 줄은 몰랐어.”
7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펼쳐진 포크록 듀오 ‘스웰 시즌(The Swell Season)’의 내한
공연이 바로 그러했다. 하얀 도화지에
수채화 물감 번지듯 모든 팬들은 시나브로 음악의 향기에 취해 스웰 시즌에 물들어버렸다.
스웰 시즌은 영화 ‘원스’의 남녀주인공이자 실제 연인이기도 했던 글렌 한사드(40)와 마르케타 잉글로바(22)로 구성됐다. ‘원스’에 삽입된 ‘
폴링 슬로우리(Falling Slowly)’로 2008년 제80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기도 했다. 이날 공연은 한사드의 밴드 ‘프레임스(The Frames)’도 함께했다.
스웰 시즌은 공연에서 ‘이프 유 원트 미(If You Want Me)’, ‘웬 유어 마인드스 메이드 업(When Your Mind’s Made up)’ 등 영화 ‘원스’ OST 수록곡과 ‘로우 라이징(Low Rising)’, ‘판타지 맨(Fantasy Man)’, ‘백 브로크(Back Broke)’ 등 스웰 시즌이 작년 11월에 발표한 2번째
앨범 ‘스트릭트
조이(Strict Joy)’ 수록곡들을 고루 불렀다.
특히, 한사드는 ‘세이 잇 투 미 나우(Say It To Me Now)’, ‘리브(Leave)’ 등을 소화한 솔로
무대에서
어쿠스틱 기타 하나로 격렬하면서도 애절한 감정을 표현,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잉글로바는 조용했지만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
두 사람이 함께 무릎을 꿇은 채 하나의 마이크로 ‘스트릭트 조이’에 수록된 ‘레이 미 다운(Lay Me Down)’을 부를 때는 한때 연인이던 모습이 떠올라 애틋함을 더하기도 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앙코르였다. 잉글로바의 솔로곡 ‘지저스 크라이스트’로 시작, ‘폴링 슬로우리’와 영화 ‘원스’ OST에 수록돼 국내에서도 유명한 ‘라이(Lies)’를 부르자 공연은 화룡점정을 찍었다.
특히, 셋리스트에도 없던 프레임스가 2008년 발매한 앨범 ‘셋 리스트(Set List)’에 수록된 ‘스타 스타(Star Star)’를 부를 때는 공연장 전체의 감동의 물결로 뒤덮였다. 한사드를 위시로 해 잉글로바와 프레임스 멤버들은 무대 위해서 내려와 ‘스타 스타’를 부르며 객석 플로어는 물론 2층 객석까지 빙 돌며 팬들과 가까이 호흡했다. 팬들은 뜻밖의 퍼포먼스에 열광했고 공연장은 봄기운이 물씬 만연했다.
이날 스웰 시즌은 우리말로 “감사합니다”와 “땡큐”를 번갈아 여러 번 외치며 공연 내내 겸손한 모습을 보여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강렬함으로 빠져들게 만들지는 않았지만 영화 ‘원스’를 볼 때의 감동처럼 애잔함으로 점점 물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