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시간에 맞춰
무대에 오른 그는 마치 ‘미쳐볼까’라고 작정이라도 한 듯한 표정이었다. 큰 보폭을 앞세워
그랜드 피아노에 앉은 그는 역동적인 터치감으로 피아노를 ‘두들기며’ 굵은 음색으로 리나아의 곡을 리메이크한 ‘돈 스탑 더 뮤직’을 ‘우렁차게’ 불렀다. 순간 관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그의 무대를 반겼다. 10일 서울 광장동 악스홀에서 열린 영국 출신 팝재즈
뮤지션 제이미
컬럼(Jamie Cullum·31)의 내한
공연은 시작부터 긴장감을 동반하며 2시간 내내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뜨렸다.
그의 피아노는 시각과 청각을 두루 만족시켰다. 시종 강한 터치의 쿵쾅 거리는 리듬으로 객석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기가 무섭게, 부드러운 터치로 낭만적인 팝 선율을 선보인 그의 극과 극의
연주는 그것마저도 부족했는지, 건반을 발로 밟고 엉덩이로 누르는 등 ‘
액션’을 통해 보는 즐거움까지 안겼다. 장난끼와 카리스마의 경계를 컨트롤하며 역동적인 재미를 느낀 컬럼은 단정한 차림의 옷차림을 차례로 풀어헤치며 결국 반소매 티셔츠 한 장으로 관객과 조우했다. 그는 곡이 끝날때마다 열화와 같은 함성으로 반응하는 관객을 향해 “내가 만약 오스카상의 ‘관객 부문’에 상을 준다면 로버트 드니로처럼 바로 여러분에게 주겠다”며 “한국 팬들은 내가 만난 최고의 관객(Best Audience)”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컬럼은 무대 구성도 복잡하면서
실험적으로 꾸몄다. 그는 우선 기타, 키보드,
베이스 연주자들을 모두
관악기와 다른 악기도 연주 가능한 ‘
멀티 플레이어’ 시스템으로 꾸며 어지럽지만 ‘작고 강한’ 그룹을 이어갔다. 컬럼 자신은 또 1인 무대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이용한 ‘
루프(Loop)’ 방식을 통해 리듬과 코러스 등을 첨가하며 실험적이면서 재미있는 음악 제작 과정을 보여줬다.
곡 사이의 여백을 최소화하며 계속 내달린 컬럼은 신나고 즐거운 스탠딩 공연의 진가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증명했다.
설사 관객이 그의 데뷔 앨범부터 최근 앨범까지 곡 목록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다하더라도 말이다. 그의 공연에 대한 리뷰 기사는 선택이 아닌 의무였다.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