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서 피아노 부수고, 선곡은 즉석에서 … “느끼는 대로 연주할 뿐”
팝 가수 제이미 컬럼(Jamie Cullum·31·사진)은 늘 어떤 혁신의 다른 이름이었다. 영국 출신인 그는 여덟 살 때부터 피아노와 기타를 쳤고, 재즈 피아노를 시작으로 록·힙합 등으로 관심 영역을 넓혀갔다.
1999년 결혼식에서 연주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는 자비 400 파운드(약 80만원)를 들여 첫 앨범 ‘허드 잇 올 비포(Heard it all before)’를 냈는데, 이 앨범이 입소문을 타면서 세계 음악계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메이저 음반사 유니버설이 100만 달러를 건네며 이 명민한 뮤지션의 손을 잡았을 정도였다.
데뷔 이후 그는 좀체 멈출 줄을 몰랐다. 재즈 문법에 충실하던 초기작으로부터 록·힙합·일렉트로닉 등 온갖 장르를 뒤섞은 최신작까지 음악적 거리감이 아득하다. 미래의 음악을 당겨 연주하는 듯한 혁신적 아티스트인 그를 e-메일로 만나봤다.
“앞서 나가는 음악을 만들고자 늘 노력해요. 창의적으로 여겨진다면 어떤 음악이든 새롭게 만들어 연주할 생각입니다.”
지난해 발매된 앨범 ‘더 퍼수트(The Pursuit)’는 진보하는 그의 음악세계를 집약해 놓은 수작이다. 정통 재즈밴드 곡인 ‘저스트 원 오브 도스 싱즈(Just one of those things)’로 시작해 아날로그 악기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재현한 ‘휠즈(Wheels)’로 마무리 된다. 장르 실험을 거듭해 온 그의 음악사를 압축한 작품으로도 보인다.
“극과 극을 재현해놓은 앨범이에요. 다양한 장르와 다채로운 연주법…. 요즘 젊은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즐기는지 잘 표현했죠.”
그는 어린 시절 재즈 피아노에 이끌렸지만, 사춘기 때는 록 밴드에 심취하기도 했다. 피아노는 물론 기타·베이스·드럼까지 자유자재로 연주하는 싱어 송 라이터로 성장한 것도 이런 다양한 음악적 배경 덕분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함께 작업한 영화 ‘그랜토리노’의 주제가로 2009년 골든글로브 시상식 후보(최우수 주제가상)에도 오를 정도로 작곡 실력도 정상급이다. 그는 “늦은 밤 스튜디오에서 위스키 한 잔을 마시며 작곡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고 했다.
사실 그는 파격적인 무대 매너로도 유명하다. 종종 피아노를 부수는 등 돌출 행동으로 관객을 열광에 빠뜨리곤 한다. “느끼는 대로 연주하기 위해서”란 이유를 달고 선곡을 미리 하는 법도 없다. 때마침 10일 오후 7시 서울 광장동 악스홀에서 그의 첫 내한 공연이 펼쳐진다. “즉흥적이고 활기찬 무대가 될 겁니다. 한국 관객들이 절대 잊을 수 없는 공연을 만들 겁니다.” 문의 02-563-0595.
정강현 기자